"행위량 통제해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효과" VS "의료기관 폭망"
  • ▲ ⓒ게티이미지뱅크
    ▲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른 보험료 부담 상승을 막고자 의료서비스 대가 지불제도의 일종인 '총액계약제' 검토를 거론하자 의료계가 알러지 반응을 보이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케어로 의료이용이 급증해 건강 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만의 총액계약제를 포함한 지불체계 개편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말미암아 의료계는 술렁이고 있다. 장관의 총액계약제 검토 발언이 문케어 백지화 요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 재원조달 문제점을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면서 "총액계약제 시행으로 발생하는 전체적인 질 저하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일방적으로 총액계약제를 추진한다면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복지부 장관 퇴진운동뿐 아니라 대정부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의료계 임의단체인 대한의원협회는 "정부는 재정절감에 아무런 효과가 없는 총액계약제 검토를 취소해야 한다"면서 "여당과 정부 스스로 잘못된 정책이라 인정한 문재인 케어를 즉각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위별'→'포괄·신포괄'→'?'…의료계 기겁하는 총액계약제, 무엇?


    정부가 의료서비스 대가에 대한 지불제도를 개편하려는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화를 위해서다. 총액계약제는 그중 하나의 수단으로 고려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불제도는 건강보험 의료행위에 대해 행위당 서비스요금이 매겨지는 '행위별수가제'다. 행위마다 요금이 더해지면서 의료기관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의료량을 늘려왔고, 급여가 확대돼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이같은 지불제도는 건강보험재정을 위협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부터 백내장과 맹장수술 등 7개질환에 제한적으로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입원에서 퇴원까지 발생하는 입원료, 처치료, 약값 등을 묶어서 미리 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의사가 의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행위량을 아무리 늘려도, 정해진 값 이상을 받을 수 없다. 반대로 정해진 가격 내 최소한의 진료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제기된다.


    포괄수가제가 도리어 과소진료를 야기해 의료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지적에 따라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단점을 보안하기 위해 '신포괄수가제'가 2009년부터 시범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케어 정책으로 인한 '비급여 풍선효과'의 대안으로 신포괄수가제를 확대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료계는 신포괄수가제를 의료기관에 지불하는 연간 급여비를 총액으로 계약해 지급하는 '총액계약제'의 전단계로 보고 있다. 총액계약제에 대해 의료계는 반발하지만 보험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획기적으로 통제하는 지불제도다. 지난 수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공급자단체와의 매년 의료서비스 대가의 인상치를 협상하는 수가협상에서 일종의 총액계약제를 부대조건으로 내걸었다.


    현재 독일과 대만에서 시행되고 있는 총액계약제 효과에 대해서는 반박도 나온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011년 발표한 <총액계약제 사례 연구-독일과 대만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총액계약제를 실시하는 독일도 의료비 감당이 어려워 개별의료보험조합이 추가보험료를 징수하고, 국고보조도 함께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 정부는 총액계약제가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없다는 점에서 지난 2013년부터 제2세대 전민건강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료계가 총액계약제 시행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지금도 원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는 것은 건보재정의 위험요인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진료비를 더 깎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의료는 결국 폭망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지불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해 의료계 역시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상급종합병원 한 교수는 "현행 지불제도 총액계약제이 거론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의사와 의료기관을 불신하기 때문"이라면서 "의사들도 더이상 행위별수가제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고민은 할 필요가 있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