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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린 국민연금공단, 한국가스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공공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임직원의 비위행위가 도마에 올랐다. 이들 공공기관의 비위행위는 횡령과 금품수수, 골프·성 접대, 향응, 음주운전, 기밀유출 등 유형도 천태만상이었다. 하지만 한결 같이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직원 18명이 지난 10년간 음주운전(13명)과 성 관련 비위(5명)로 징계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근무평가에 징계 결과를 크게 반영하지 않고 좋은 점수를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성일종 의원에 따르면, 음주운전자 13명 중 8명(61.5%)이 가장 가벼운 수위의 징계인 견책을 받았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성비위자의 경우에도 5명 가운데 4명이 비교적 낮은 수위의 '정직 1~3월'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비위 관련 징계자 18명 중 근무평정에 해당하지 않는 5명과 퇴사자 1명을 제외하면 다음연도 근무평정 점수가 평균 92점으로, 전체 평균 80점을 훨씬 웃돌았다. 심지어 100점 만점을 받은 직원도 2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은정적 징계 관행이 도덕적 해이를 만연케하는 악습을 낳고 있다"며 징계의 적절성과 공정성 보다 강화는 등 내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이민주당 이훈 의원은 "가스공사 임직원의 '상갑질'과 비리가 상상을 초월해 매우 심각하다"며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골프접대와 성접대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훈 의원에 따르면, 가스공사 계약관리 직원 11명은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258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를 받았다. 또 9명은 23차례나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들은 겉으론 정상적인 계약으로 포장하고 실제론 부당한 압력을 통해 계약업체에게 자신과 유착관계에 있는 업체의 물품(영상관제시스템, 감시카메라 설비, 기술과제 수행) 등을 납품 받도록 종용하면서 이권도 챙겼다.
이들을 포함해 가스공사 임직원 22명은 지난해 11월 파면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이훈 의원은 "가스공사 임직원들의 비위행위가 도를 넘어서 사회적 공분까지 일으킬 만한 상황"이라며 "내부 감사 시 계약 업체만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하도급 등 관련 업체까지 꼼꼼히 살펴 다시는 이런 부정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박완주 의원은 aT 해외지사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았다.
이들 의원에 따르면, aT 아랍 에미리트 아부다비 지사에서 근무한 지사장 A씨는 지난해 7월 특정업무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제 집행하지도 않은 '한국문화원 할랄식품홍보관 인테리비어 설치비용' 3만4500디르함(약 1071만7000원)을 지출한 것처럼 허위 지출결의서를 작성하도록 부당지시했다.
그런가 하면 수백만원의 예산을 목적외로 편법집행하고, 개인적으로 빌린 돈을 상환하는데 사용했다.
이후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 올해 3월 aT에 A씨의 해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aT 임직원으로만 구성된 인사위원회는 '정직 6개월'의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중동시장개척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참작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박완주 의원은 "횡령보다 중동시장 개쳑 노력을 더 참작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처음부터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aT 베트남 하노이지사에선 광고·홍보대행 용약계약 업무를 처리하면서 용역비를 2억원 넘게 과다하게 지급하는 일도 있었다. 또 해당 업체의 귀책사유로 계약이행이 지체되고 있는데도 계약기간을 부당하게 연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하노이 지사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베트남 소지바에게 우리나라 농수산식품을 홍보하기 위해 계약금액 94만5548달러(약 10억7887만원)에 달하는 12건의 광고·홍보 대행용역계약을 베트남 소재 4개 업체에 체결한 바 있다.
김철민 의원은 "국내 농수산식품의 해외시장 개척 및 수출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해외지사에서 매년 각종 비리와 직무태만이 이어지고 있다"며 "해외지사에 대한 정밀한 실태파악과 공직기강 해외, 직무태만이 없도록 특별감사를 착수하고 해외지사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라"고 강조했다.
현재 aT는 해외지사 12개를 갖추고 있으며, 3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농어촌공사 고위공직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황주홍 의원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징계 직원은 2015년 20명, 2016년 44명, 2017년(8월 기준) 70명으로 2년새 3.5배나 늘었다.
특히 최근 3년간 징계를 받은 총 134명 중 2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70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자금의 부당·편법 집행과 부적정 자금 계상 등 자금 관련 징계가 총 68건, 뇌물수수나 횡령으로 인한 징계가 21건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1~2급 고위공직자들은 뇌물수수와 인건비 부당집행, 편법 집행, 부적정 계상 등 자금과 관련한 징계가 전체 70명 중 60명에 달했다.
황 의원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며 "자체 감사 수준을 높이고, 직원 청렴도 교육 강화, 비리발생 사례 공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공기관으로서 청렴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공사 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국정감사 대상 16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금횡령, 금품수수 등으로 인해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은 공공기관 및 산하단체 임직원의 퇴직금 실수령액이 총 9억8000여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16곳 중 최근 5년간 금고 이상의 실형을 확정 받거나, 파면되거나, 금품 수수 등의 사유로 해임된 임직원의 사례가 있는 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중앙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대한적십자사, 사회보장정보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총 7개 기관이었다. 해당 기관에서 같은 기간 파면 또는 해임된 임직원은 총 47명으로 이들이 퇴직금으로 수령한 금액은 총 9억7891억원에 달했다.
파면·해임된 직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한적십자사 12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연금공단 각 4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3명, 국립중앙의료원 2명, 사회보장정보원 1명 순이었다.
기관별 퇴직금 지급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4억5225만1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한적십자사 2억5619만9390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억1333만9660원, 국민연금공단 8168만3253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3186만5290원, 국립중앙의료원 2218만2168원, 사회보장정보원 2139만630원 순으로 집계됐다.
1인당 퇴직금의 최고 수령액은 7000여만 원에 달했다. 2013년 금품수수로 파면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직원은 중간정산금과 퇴직일시금을 포함해 총 7086만8240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2위는 2013년 개인정보 관련 징계로 해임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으로 퇴직금 6489만7000원을 받았다.
파면·해임자 47명의 퇴직금 총액(10억7677만8954원)에 대한 감액률은 9.1%에 불과했다. 감액률이 가장 높은 사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42.6%와 30.4%였다. 해당 사례는 금고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로, 각각 당초 3500여만원의 퇴직금 중 2000여만원의 금액을, 당초 2800여만 원의 퇴직금 중 1900여만원의 금액을 실제로 수령했다.
파면·해임된 47명 중 절반가량인 23명은 단 1원의 감액도 없었다. 대부분의 기관이 퇴직금과 관련한 감액 규정을 갖추고 있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국민연금공단,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3개 기관은 퇴직급여 감액규정 자체가 없는 상황이었다.
인재근 의원은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연금법' 제64조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파면된 경우 재직기간에 따라 최대 50%까지 퇴직급여를 감액하고, 금품수수 및 횡령 등으로 해임된 경우 최대 25%의 퇴직급여를 감액해 지급한다"며 "실제로 다수의 공공기관이 실무적 권한을 갖는 일종의 '권력기관'인 점을 감안한다면 징계에 대한 책임 또한 공무원 수준으로 지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리후생 등 유리한 사안에 대해선 공무원 기준을 준용하고, 불리할 땐 민간인임을 자처하는 이른바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기관 및 단체는 물론 정부와 국회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련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