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익공유제로 대기업-中企 윈윈 AI·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일자리 창출 과제

  • 인도에 추월당해 세계 6위로 추락한 자동차,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조선·해운.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주력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 북핵리스크,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J노믹스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분배와 수요측면에 초점을 맞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던 문재인 정부는 최근들어 부쩍 '혁신성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말 열린 국무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라면 공급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혁신성장이라고 판단한다. 혁신성장은 우리 새 정부의 성장 전략에서 소득주도성장 전략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언급한 이후 지속적으로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만으로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난제를 사실상 풀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단 혁신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은 공급측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 반쪽짜리 성장론이었다"며 "균형추가 필요했는데, 혁신성장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기식 전략기술경영연구원 부원장(전 코트라 전략사업본부장)도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이 발생하면 소비로 연결되고, 소비는 생산으로 연결돼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인데, 현실에선 안되는 정책이다. 이미 일본에서 시행해 봤지만 실패했다"면서 "늦게나마 혁신성장을 내세운 건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도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함께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협력이익공유제로 대기업-中企 윈윈

    '혁신성장'은 4차 산업혁명과 맞닿아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 등이 기존 영역의 경계를 넘어 융합하면서 나타나는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적 변화를 의미한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클라우드,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로봇공학, 가상현실(VR)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11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 축사에서 "혁신성장과 4차산업혁명 대응 전략을 실효성 있게 준비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영식 서울대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성장, 선순환적인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선순환이 일어난다면 대기업의 자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 중소기업에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소득이 창출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추구하려는 목표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순환을 가능케 할 방안으로 '협력이익공유제'를 제시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사업이 잘 돼 대기업이 수익을 얻게되면 참여한 협력업체의 임직원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선 회사내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나 상여금 등으로 나눠주고, 이를 좀 더 확산해 회사의 임직원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이익에 참여한 협력업체의 임직원에게까지 확산 시켜보자는 것"이라며 "이건 시혜적인 것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협력중소기업의 인력 확충이나 기술 개발(R&D) 등에 대한 특별한 고충 해결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효과적인 공급측면의 성장론이면서, 또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에도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선순환 생태계 조성되면 결국은 기술혁신을 가져올 수 있고, 인적·물적자본에 대한 투자 진작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샌드위치 신세 벗어나려면 새로운 성장 모멘텀 찾아야

    박기식 전략기술경영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은 물론 여러 개발도상국들의 거센 추격에 우리나라는 샌드위치 신세가 돼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로봇, 자율 주행 자동차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IT산업 위주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융합과 통합에 의한 새로운 솔루션 개발들은 우리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분야다"고 강조했다.

     

    박 부원장은 또 "정부는 자본 등을 배분할 때 R&D도 집중적인 성장 대상에 배분을 많이하고, 그런쪽에 일자리 창출이라던가 지원 기관의 역할을 보강해야 한다"며 "자동차와 철강이 인도에 밀려나고 조선산업은 좌초직전인데, 이럴때일수록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 성장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신산업 동력으로 4차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하는데, 특정부서 위주가 돼서는 안된다"며 "경제 부처 부총리가 중심이 돼서 각 산업별로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정부 부처가 서로 경쟁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부처간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규제 개혁도 주문했다. 박 부원장은 "아직까지 규제 개혁은 말뿐이지만 정부의 역할은 규제 개혁이고 혁신이다"며 "규제가 완화돼야 바로 기업화·상업화돼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여기저기서 나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다만, 혁신경제는 정부가 무조건 드라이브를 걸면 안된다"며 민간이 주도해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하고 자문기능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AI·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일자리 많이 창출해야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더라도 일자리는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정주 실장은 "4차 산업혁명을 고려해볼 때, 일자리 창출엔 여전히 회의적인 측면이 있다"며 "인공지능(AI) 또는 컴퓨터가 노동자를 대체해 생산은 늘어나는데 노동수요는 줄어드는 '고용 없는 성장'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만큼 정부는 AI 또는 컴퓨터가 노동자를 대체할 수 없는 비반복적 분야(분석력이 요구되는 분야, 사람과 교감하는 분야)에서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