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면세점·코엑스면세점 특허 입찰 두고 관련 기업들 재검토"실질적 개선 미지수"… 과열 양상 없을 것이라는 의견 우세
  • ▲ 롯데면세점에서 운영하는 코엑스점. ⓒ롯데면세점
    ▲ 롯데면세점에서 운영하는 코엑스점. ⓒ롯데면세점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 국면을 맞았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 일환으로 진행된 금한령(禁韓令)도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면세점 입찰을 두고 관련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가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나오는 제주공항면세점이 6일, 올 연말 영업 기간을 만료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20일 입찰을 마감한다. 기존까지 중국의 금한령 등으로 입찰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관련 기업들에 상황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우선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은 지난달 20일 열린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12개 법인 중 한 곳에 사업권이 부여될 예정이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 두타면세점을 비롯해 시티플러스, 부산면세점 등 중소사업체, 세계 1위 면세사업자인 스위스의 듀프리 등이다.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은 임대료 납부 방식도 이전과 달리 최소영업요율 방식으로 변경돼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줄었다. 일례로 100억을 벌어들였다면, 공항공사가 정한 최소영업요율(20.4%) 방식에 따라 20억4000만원의 임대료만 납부하면 된다.

    만약 최소 조건으로 입찰해 특허권을 따면 통상적으로 30~40%에 육박했던 임대료 부담금이 10% 가까이 낮아지는 셈이다. 업계는 입찰 과정에서 오버페이가 없을 경우 8~10%가량 임대료 부담금이 직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보다 적은 임대료로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과 금한령이 풀릴 경우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라는 지역의 특성 때문에 많은 매출이 기대되는 곳이다.

    실제로 제주공항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다.

    기존까지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해왔던 갤러리아면세점도 금한령 직전인 2014년 340억원, 2015년 410억원, 지난해 45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특허권을 따내면 5년간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어 중국과 관계가 정상화되면 수익을 곧바로 낼 수 있는 곳이다.

  • ▲ 갤러리아면세점 제주국제공항점. ⓒ갤러리아 홈페이지
    ▲ 갤러리아면세점 제주국제공항점. ⓒ갤러리아 홈페이지


    코엑스점에 부여된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도 기존까지 롯데의 단독 입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한·중 관계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쟁사들도 참여 검토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라의 경우 현대산업개발과 합작사인 HDC신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3차 면세점 특허 당시 롯데, 신세계, 현대가 면세점 특허를 획득했고 SK네트웍스가 면세점 사업 철수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렇듯 한·중 관계가 정상화될 거라는 기대 속에 면세점 입찰이 다시 과열 양상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총 1720만명으로 이 중 46.8%인 806만명이 중국인으로 집계됐다. 면세점 매출 70~80%도 중국인 관광객에게 발생했다. 금한령이 풀리기만 하면 면세점이 다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경우 시내면세점 매출 중 80%가 중국인이 차지했으며, 공항면세점을 포함한 전체 매출도 중국인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매출 80% 이상이 중국인으로부터 발생했다.

    그러나 한·중 관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면세점 입찰이 과열되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현재는 더 우세하다. 특히 중국 여행 사이트에서 단체관광 상품이 아직 판매되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한·중 관계 개선이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중국과의 관계가 해빙 국면에 들어섰다는 다양한 보도들이 나오고 있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구체적인 사례는 없다"라며 "여기에 중국과의 관계는 언제든 국제정세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관련 기업들이 이번 사태로 숙지했다. 이번 면세점 입찰은 오버페이 없이 적정선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