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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관리처분총회가 연내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환수제를 피하려면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하는 만큼 각 조합이 남은 일정을 서두르는 것이다. 다만 일정에 쫓겨 사업을 서둘러 진행하다보니 내부 형평성 시비나 갈등 등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초과이익환수제는 추진위원회 승인 시점부터 새 아파트 준공 때까지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길 경우 이익의 10~50%를 부담금으로 내야하는 제도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올 들어 시공사선정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재건축사업 후 분양되는 대지나 건물에 대해 어떻게 권리를 배분할 것인지를 정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구청에 인가를 연내 신청해야 환수제 적용에서 벗어날 수 있어 서둘러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단지는 오는 30일 관리처분총회를 열 예정이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공동사업 계약을 맺어 사업속도를 높인 이 단지는 지난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하는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는 연말 장소마련이 힘들어 지면서 12월25일 '성탄절 총회'를 열게 됐다.
공사비만 2조6000억원에 달해 올해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주목받은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12월26일 관리처분총회를 열 예정이며,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초구 한신4지구 경우 조합 직원들이 주말도 없이 분양신청 작업에 매달려 내달 28일 관리처분총회 일정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밖에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수주한 신반포13차(12월2일) △강남구 대치2지구(12월9일) △지난 9월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신반포15차(12월11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선정된 신반포22차(12월16일) △신반포14차(12월23일) △잠실 미성·크로바(12월26일) 등도 연내 잇달아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한다.
대림산업이 수주한 서초구 신동아아파트는 아직 관리처분총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조합 측은 반드시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환수제를 피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일정 진행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경우 최근 상가소유주가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조합이 패소하는 '돌발변수'가 생겼지만, 이달 중순 강남구청이 재건축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인가를 내준 만큼 환수제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절차와 관련한 다른 소송들도 여러 건 있어 향후 소송진행 상황에 따라 관리처분인가 유효여부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일부 단지는 시공사선정 등이 늦어지면서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사업 초기단계에 있는 단지들도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가능해 환수제를 피하게 된 단지들도 사업진행과 관련 변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들이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붙이다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일단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일정 맞추기에 급급하다보니 분쟁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 추진돼 향후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리처분총회 일정을 잡은 재건축 조합의 경우 흠이 하나라도 나오면 환수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시간이 안 되는 사업이 속도를 내다보니 총회 전에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조합원 분양신청 과정에서 한강조망권 우선배치 등을 둘러싸고 입주자 간 갈등이 빚어진 상황이다. 환수제를 피하자는 조합의 설득 끝에 일단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관리처분인가 후 내부갈등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후분양제 추진여부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조합이 있는가 하면, 분담금 액수를 두고 소형 평형과 대형 평형간 이견이 큰 조합도 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 등의 시행으로 시장상황이 악화될 경우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기 위해 제시했던 파격적인 조건을 지키지 못해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고분양가는 물론이고, 미분양 매물 인수 확약 등의 조건을 내건 곳도 있는데, 내년 이후 분양가상한제가 실제 시행되거나 주택시장이 나빠져서 분양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조합과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급한 마음에 제시한 다양한 '당근'들이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 재건축 수주전에서 금품거래 정황 등이 포착되면서 경찰이 건설사들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 중인 건설사가 시공사 자격을 박탈당할 경우 관리처분인가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재건축조합 위원장은 "지금은 조합원들이 '세금 소나기'를 피하자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있다"며 "내부적인 이해 충돌은 있지만, 일단 관리처분신청을 해놓고 나중에 재논의하자는 컨센서스가 있어 환수제 회피가 안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말로 유예가 끝나는 환수제를 2020년 12월31일까지 3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제안 설명을 했다.
박성중 의원은 "현재 주택가격이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며 "향후 분담금이 재건축 사업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로만 적용돼 도심의 신규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실현 이득에 대해 부과하는 재건축 분담금의 위헌성도 지적했다. 현재의 재건축 분담금은 '양도 소득'에 적용되는 것이 아닌 준공시점과 사업개시 시점의 가격차를 대상으로 부과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실 측은 정기국회 기간 중 유예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