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년간 세 차례… 5·7·10월, 역전 현상 뚜렷"규제 강화로 은행이 가계대출 물량 줄이고 금리 높인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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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은행 대출창구에서 상담받는 시민들. ⓒ연합뉴스
지난달 예금은행이 가계에 적용하는 대출금리가 기업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의 신용도, 담보 등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은행들이 강화한 정부 규제 때문에 대출물량을 줄이는 대신 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매긴 탓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가계대출이 연 3.50%로, 기업대출 3.45%보다 0.5%p 높았다.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0.09%p 올랐지만, 기업대출이 0.03%p 떨어지면서 역전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최근 7년간을 돌아볼 때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보다 높은 적은 많지 않았다.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월간 기준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보다 높은 때는 2010년 1~3월 단 세 차례 뿐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를 역전한 것이 벌써 세 번째다.
5월 가계대출 금리는 3.47%로, 기업대출 3.45%보다 0.02%p 높았다. 7월에도 가계대출이 3.46%로 기업대출 3.44%보다 0.02%p 높았다.
이후 8~9월 기업대출이 가계대출 금리보다 높았지만, 10월 들어 다시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를 넘어섰다.
상호저축은행에서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0년 1월 이래로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보다 낮은 적이 없었다.
10월만 하더라도 상호저축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가계대출이 15.15%로 기업대출 8.15%의 1.9배에 달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를 웃도는 현상은 담보와 신용도 차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시중금리에 반영되면서 전체적인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한은 측은 "금리 하락기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보다 낮았다"며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역전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담보 유무, 신용등급의 차이 때문"이라며 "기업의 경우 은행과 지속적으로 거래 관계를 유지한 경우가 많아 대출금리가 낮지만, 가계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선 점과 연관 있다는 해석도 있다.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는 대신 이익을 남기기 위해 가계대출에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의 협상력이 낮고 가산금리 체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가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업보다 높은 금리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감독 당국에서 가계부채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 양을 많이 늘리려 하지 않는 대신 가계대출에서 이익을 내야하기 때문에 금리를 높게 받고 있다"며 "때문에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계속 좋아지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한은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았을 때도 대출금리는 2015년 말 이후 계속해서 올랐다"며 "특히 가산금리에서 많이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최근 정부 규제가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등 가계대출 위주로 이뤄진 영향"이라며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가계대출 물량을 줄이고 가산금리를 높게 매기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