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에 '선반영'돼 영향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어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가 관건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자칫 기업의 채무 상환부담을 증가시키고 원화 절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0일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인상한 1.50%로 조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은 2011년 6월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한은은 이후 8번의 금리 변경 결정에서 '인하'만을 선택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기업들이 아직 경기 회복세를 체감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등 해외 여건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들의 성과 지표 중 일부는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에서는 경기 체감지수를 낙관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향후 각 업종별로 세심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에서 반도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기업이 체감하는 경제 심리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지난 28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 결과, 12월 전망치는 96.5로 19개월 연속 기준선 100에 못 미쳤다. 전망치가 한 번도 기준선을 넘지 못한 해는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과 1998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무역협회도 논평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이 기업의 채무 상환부담을 증가시켜 자칫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업들이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환리스크의 적극적인 헷지 등 외환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 최근의 수출 상승세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만, 이미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시장금리를 통해 은행의 대출금리 등 시중금리에 '선반영'됐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시중금리가 많이 올라간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한계가 있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더 올려 어떤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면, 기업들이 받는 영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어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박사는 "경기 회복세가 일부 업종들에 국한돼 있기는 하지만, 지표상에서 봤을 때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경기가 나아졌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본다"며 "이번 금리인상이 경제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환율과 유가상승 등과 연관해서 더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