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개 재취업 업체, 정부 입찰서 1조1227억원 용역 수주정부 부패예방감시단, 직인 위조 관련 43명 수사 의뢰… 용역 취소·입찰 제한
  • ▲ 부패예방감시단 발표.ⓒ연합뉴스
    ▲ 부패예방감시단 발표.ⓒ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퇴직자들이 경력을 뻥튀기해 고액 연봉 조건으로 재취업하는 등 공직사회 전반에 전관예우를 활용한 불공정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퇴직자는 가짜 경력증명서를 발급하는 데 해당 기관장 직인을 위조하기도 했다. 이들이 재취한 업체는 허위 경력증명서로 입찰에 참여해 정부가 발주한 용역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은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최근 10년간 전국 지자체와 9개 공기업을 퇴직한 건설기술자를 대상으로 경력증명서를 전수 점검한 결과 전체의 32%가 경력을 부풀리는 등 허위로 작성한 게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정부가 기술직 퇴직공무원 등의 경력증명서 허위 발급 여부를 일제 점검한 것은 1995년 10월 건설기술자 경력신고제를 도입한 이래 처음이다.

    부패예방감시단은 지난 9~11월 전국 지자체와 건설 관련 공기업 9곳을 대상으로 점검을 벌였다. 조사대상 공기업은 철도공사(코레일), 서울교통공사, 토지주택공사(LH),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농어촌공사, 시설안전공단, 철도시설공단, 환경공단 등이다.

    최근 10년간 퇴직한 건설기술자 52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자체 퇴직 건설기술자 중 34%인 1070명, 공기업 퇴직자의 29%인 623명 등 총 1693명의 경력증명서가 사실과 다른 허위로 판명됐다.

    특히 이들 중 20명의 허위 경력증명서는 지자체와 공기업의 직인까지 위조해 만든 경력확인서를 기초로 발급됐다.

    허위 경력증명서 발급자의 퇴직 당시 직급은 지자체의 경우 △3급 61명(6%) △4급 280명(26%) △5급 457명(43%) △6급 이하 272명(25%)으로 집계됐다. 5급(과장급) 이상 관리직이 798명으로 허위 발급자 1070명의 74%를 차지했다.

    공기업은 △본부장 30명(5%) △1급 187명(30%) △2급 205명(33%) △3급 이하 201명(32%)이었다. 2급(부장급) 이상 관리직이 422명으로 허위 발급자 623명의 67%에 달했다.

    허위 증명서 유형은 교육파견, 휴직, 직위해제 등으로 근무하지 않은 기간을 경력 기간에 포함하거나 다른 부서에서 관리하는 건설공사를 자신의 부서에서 감독한 것처럼 속인 사례가 확인됐다.

    허위 경력확인서는 지자체장이나 공기업 대표의 직인을 위조·도용하거나 퇴직 직전 직위·직급을 이용해 부하직원에게 허위 경력확인서를 발급하게 지휘권을 남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 후 전관예우 차원에서 후배 공무원이 경력 검증을 소홀히 한 사례도 있었다.

    수주실적을 근거로 조사가 이뤄진 2014년 5월 이후 퇴직 공직자가 재취업한 219개 업체에서는 이들 퇴직자의 허위 경력증명서를 활용해 경쟁업체를 제치고 총 1조1227억원쯤의 용역 1781건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기술용역 1만6603건의 11%다. 계약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용역금액 6조1651억원의 18%에 해당한다.

    건설기술자 경력증명서는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설계·감리·정밀안전진단 등 건설기술 용역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서 평가자료의 하나로 활용된다. 참가업체의 소속 기술자 평가점수가 전체 PQ 점수의 40~50%를 차지하므로 낙찰 여부를 좌우한다.

    정부는 이번에 적발한 허위 경력 건설기술자의 업무를 정지하고 재취업 업체에 대해 용역 수주 취소 등의 조치를 밟을 예정이다. 경력 확인을 소홀히 한 공무원은 징계할 방침이다.

    직인 위조 등 확인서 위조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43명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는 기술직 퇴직공무원의 불공정·불법 행위를 막고자 내년 중 경력관리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자체·공기업 소속 건설기술자의 경력을 투명하게 관리해 허위 증명서 발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관리시스템 도입 전까지는 지자체·공기업, 경력증명서 발급기관인 건설기술인협회에서 증빙자료를 관리하면서 교차 확인하도록 했다.

    또한 고위직 공무원의 경력 인정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특혜 소지를 없앤다는 구상이다. 현재는 국장 등 고위직 공무원이 부하직원의 감독업무에 관여하는 바가 미미해도 이를 자신의 경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는 실제 관련 업무를 수행하거나 관여한 정도를 따져 기술경력을 인정받게끔 내년까지 인정 기간을 조정한다.

    한편 정부는 국토부(255명)와 해수부(69명), 국방부(61명), 환경부(51명), 농식품부(9명) 등 부처 퇴직 건설기술자에 대해서도 경력증명서 허위 발급 여부를 점검하기로 하고, 점검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