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넘친다 던 증거', 1심 이어 항소심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정경유착' 프레임 갇힌 '특검의 무리수' 비난 잇따라"항소심서만 공소장 3번 변경… "사실상 유죄 입증 실패 지적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핵심 관계가 있는 인물들과 피해자 지위에 있는 사람이 바뀌어서는 안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삼성측 변호인들이 지속적으로 강조한 부분이다.

'정경유착'이란 프레임을 미리 짜놓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몰아간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1심 재판부 판단에 항변한 것.

이미 1심에서 승리한 특검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항소심이 진행될수록 지난 1심때와 같이 '차고 넘친다던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삼성은 다르다' 식의 추측과 의혹만 가득했다. 

이와 달리 변호인단은 부정한 청탁을 한 적도, 이유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상황이다. 여기에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씨가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언을 한 만큼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27일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전직 임원 4명의 피고인 신문과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지난 9월 28일 항소심 첫 절차가 열린 지 90일 만이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며 정·재계 화두로 떠오른 이재용 항소심이 늦어도 이번주 내에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부정한 청탁', '경영권 승계 현안' 등을 입증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시점 ▲승마지원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등이 주요 쟁점사안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 내내 특검은 지난 1심때와 같이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채 정황, 추측만 내놓으며 논란만 가중시킨 상황이다. 국정농단 사태 재판이‘삼성 재판'이라는 비판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검이 주요 증거로 내세운 부분은 안종범 수첩 ▲장시호·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안봉근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진술 등이다.

그러나 이들의 진술 내용은 오히려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신뢰성만 떨어뜨린 상황이다. 실제로 장시호 씨는 지난 11일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의 후원 여부와 김종 전 차관과의 관계에 대해 기존 진술과 상반된 증언을 하면서 이 전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진 못했다.

또한 지난 18일 증인석에 앉은 안 전 비서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이전에 독대가 이뤄졌다는 특검 측 주장과 달리 "정확한 시기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 전화번호 기재 시기 및 경로,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한 '대기업 등 주요 논의 일지'와 비교해서도 일치하지 않은 답변만 내놔 신빙성 논란이 가중됐다.

이와 함께 특검이 세번이나 공소장을 바꿔 쓴 점도 유죄 입증이 어려워지자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경유착'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특검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검은 지난달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직접 뇌물' 성격을 추가한데 이어 결심공판을 앞두고 독대시기·3자 뇌물죄를 추가했다. 3자 뇌물죄의 경우 승마지원과 관련 기존 단순뇌물죄에 추가한 것으로 입증이 까다로운 만큼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결심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공소장 변경은 너무 늦었다"며 변경된 공소 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 변호인단은 특검의 증거를 집중 공격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한 청탁을 할 이유도 없고 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특검이 해당 사건을 국정농단 사건 본체로 규정하면서 형사재판의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1심 판결이 증거재판주의에서 밀려나는 등 형사재판 원칙 역시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증거신청이 상당부분 제한되고 결정적인 진술이 나오지 않은 만큼 뇌물죄 성립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재판부 판결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