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앞세운 정부 입맛대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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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의결권을 확대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신년사를 통해 밝힌 내용 중 일부다.

     

    이에 앞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현재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곳은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PEF) 등을 포함 총 21곳이다.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을 활용할 계획으로, 약 600조원을 굴리는 '큰 손' 국민연금공단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세부 원칙과 기준을 말한다.

     

    '기관투자자가 주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반성에서 출발해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후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 20개국으로 확산돼 국제 규범으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국내에선 지난 2014년부터 금융당국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왜곡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무엇인 문제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정부는 실질적 연구나 효과 분석 없이 마치 스튜어드십 코드가 글로벌스탠다드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연금을 이용해 민간기업 인사와 투자에 간섭하는 등 지배력을 확장할 경우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오히려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독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정부의 입맛대로 기업의 경영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127조원으로,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만 300여곳에 달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정부에 종속돼 있는 상황에서 배치되는 의견을 내놓기는 힘들지 않을가 한다"며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를 이사회에서 배제하거나 친정부 인사를 선임하는 식으로 정부 입김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단기적인 투기 흐름과 행동주의 사모펀드(헤지펀드)의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