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큰 자산… 더이상 잃지 않겠다""올핸 작년 2배 매출 100억 달성 목표"
  • ▲ 집닥 박성민 대표. ⓒ정상윤 기자
    ▲ 집닥 박성민 대표. ⓒ정상윤 기자


    최근 만난 인테리어 중개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업 '집닥(zipdoc)'의 박성민 대표(43)는 첫인상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70여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의 수장이란 게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오히려 지역을 주름잡는 조폭(조직폭력배) 보스란 느낌이 강했다.

     

    부산 특유의 사투리와 건장한 체격 탓도 있었지만 부분 탈모 영향이 컸다. 군데군데 머리카락이 빠지다 보니 인상이 더욱 험악해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한 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다. '역시 사람은 외모로만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몇번의 실패를 딛고 집닥으로 이제야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네요.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 쓸게 너무나 많네요. 더이상 우리 내부고객인 직원들과 주위 사람들을 잃고 싶지도 않고요. 이런 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머리카락이 좀 빠졌습니다(웃음). 그래도 전 이 머리가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살아 온 삶의 흔적이기도 하고, 그만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깐요."

     

    이렇게 말하는 박 대표의 얼굴은 멋쩍게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와 눈빛에선 확신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박 대표는 집닥을 창업하기 전까지 몇번의 실패를 맛봐야 했다. 아버지의 건축회사에서 7년간 경험을 쌓은 뒤 독립을 결심하고 인테리어와 분양대행, 시행 등에 손댔다가 100억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고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그러던 중 아이폰 출시로 모바일 시대가 열렸고, 그는 또한번 창업을 결심했다. 아이폰 출시 뉴스를 보고 '사람들이 컴퓨터를 손안에 가지고 다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 그는 2009년 무작정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모바일 사업은 무엇보다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경 후 박 대표는 소셜커머스와 모바일 순번대기 시스템, 맛집 딜리버리 등 스마트폰 시대에 필요할 것으로 여긴 서비스를 잇따라 내놨다. 시장의 반응도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선 여전히 인테리어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집닥을 출시하게 된 배경이다. 집닥은 웹페이지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장 적합한 파트너스 업체를 연결, 비교견적과 무료 방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5년 8월 본격적으로 세상에 선을 보인 집닥은 서비스 개시 후 2년만인 지난해 11월 누적 거래액 5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불과 1년 전 9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이같은 성장에 지난해 1월엔 캡스톤파트너스와 서울투자파트너스로부터 11억원을, 지난해 8월엔 알토스벤처스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 ▲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집닥 사무실 외부 모습. ⓒ정상윤 기자
    ▲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집닥 사무실 외부 모습. ⓒ정상윤 기자

     

    지금의 집닥을 있게 한 1등 공신은 업계 최초로 시행한 3년 사후관리(AS)다. 현재는 3년 AS가 업계내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았지만 집닥이 1년이던 AS 기간을 3년으로 늘릴 당시엔 업계에서 큰파란이 일었다. 집닥은 AS 보증서를 발급해 최대 3년간 공사의 하자보수를 지원하고 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현장관리자가 직접 시공 현장에 방문해 서비스 이용자와 인테리어 업체 간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집닥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집닥은 이외에도 서비스 이용자가 결제한 대금을 집닥 측에서 예치하고 시공 단계별로 인테리어 업체에게 지급하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1만장이 넘는 시공 사례 사진과 정보, 시공 전·후 동영상도 제공한다.

    박 대표는 "현재는 업계내 3년 AS가 기본 조건으로 자리를 굳히는데 집닥이 결정적인 열할을 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제 집닥을 출시한 지 3년이 됐고 3년 AS 기간도 마감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의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집닥에 맡기면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이젠 보여줄 때"라며 "인테리어 분야를 세분화해 집닥을 고객이 기억해 다시 의뢰할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건축 O2O로 사업영역을 넓힌 집닥은 현재 이사·청소 등 홈 라이프 토탈 회사를 꿈꾸고 있다. 홈 IoT(사물인터넷) 영역과 해외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올해 목표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2배 정도 성장한 1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최종 목표는 100년, 1000년 갈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고객뿐 아니라 내부고객인 직원들도 행복할 수 있는, 그리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진심으로 가치있게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후배 창업자들에겐 "실패로 얻은 교훈 중 하나가 고객 관점에서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이 어렵게 느끼는 점을 대충보지 말고 더 깊게 계속 관찰하고 끊임 없이 생각해야 한다"며 "그리고 사람을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돈을 벌어야지가 아니라 고용도 많이 하고 세금도 많이 내고 사회 환원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