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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섀도 보팅(Shadow voting,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을 참석한 것으로 간주해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적용하는 제도)’제도가 폐지된 가운데 시장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와 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섀도 보팅 폐지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특정일에 주총이 몰려 있는 일명 ‘슈퍼 주총데이’ 현상을 없애고자 주총 분산개최를 추진하고 나섰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증권시장 개장식에서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됐다”며 “초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주주들이 활발히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최선을 다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 기업 주주 문화 전환의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실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월에 주총을 연 국내 상장사는 70.6%에 달한다. 특정 달 주총 쏠림 비중으로 일본이 48.5%, 미국이 10.3%에 불과한 것(2014년 기준)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주총 대신 온라인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전자투표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상장사와 주주들의 무관심으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는 섀도보팅이 폐지된 만큼 주총의 낮은 출석률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 3월 중 여러 날짜로 주총을 최대한 분산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3월 외 다른 달로 주총을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단 현재는 상장사협의회 홈페이지 등에 주총 예정일을 공지하고 집중 예정일에 주총을 개최할 경우 그 사유를 거래소에 신고토록 했다.
하지만 주총 분산개최가 주주 참여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당초 특정 기간에 주총을 집중 개최하는 이유가 고의로 적은 수의 주식을 갖고 의사진행을 방해하거나 금품을 노리는 ‘주총꾼’ 막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주총을 분산 개최하게 되면 다시 이들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상장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기업에 대한 투자’가 아닌 단기적인 투기대상으로 여기고 있어 주주 권리에 관심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주총을 분산개최하거나 전자투표제를 실시해도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근본적으로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특정 주주에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 ‘테뉴어 보팅(Tenure voting, 장기주주에 의결권을 우대함)’ 등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일각에서는 중소벤처기업 등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 논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제도 역시 일부 주주에 ‘특혜’를 주는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어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