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 주식 안 사면 돼”기업 가치평가·주주가치 훼손 지적 … 3거래일 연속 약세LG화학·SK케미칼 사례 반복 우려 … “자발적 합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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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그룹
    LS그룹주가 연일 급락세다. 구자은 LS 회장의 “중복 상장은 자금 조달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발언으로 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들이 중복 상장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 기준 LS는 전장(9만9300원)보다 0.50% 오른 9만9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개장 직후 1.11% 내린 9만8200원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상승 전환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만4000주, 34억원을 기록 중이다.

    반면 LS ELECTRIC은 2.77% 약세며 ▲LS마린솔루션(-1.59%) ▲LS에코에너지(-0.57%) ▲LS증권(-0.38%) ▲LS네트웍스(-0.25%) ▲LS머트리얼즈(-0.09%) 등 LS그룹 계열 상장사 전반이 동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 지주사와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지만,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해 LS그룹주로 묶이는 E1과 예스코홀딩스는 보합권(0.00%)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앞서 이들 종목은 지난 6~7일에도 급락세를 보인 바 있다. LS와 LS ELECTRIC은 각각 14.10%, 15.43% 폭락했으며 ▲LS네트웍스(-8.58%) ▲LS에코에너지(-7.62%) ▲LS마린솔루션(-5.53%) ▲E1(-3.68%) ▲가온전선(-3.47%) ▲LS머트리얼즈(-3.06%) ▲예스코홀딩스(-1.23%) ▲LS증권(-0.37%) 등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이처럼 LS그룹주의 주가가 최근 일제히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린 것은 비상장 계열사의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구자은 LS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구 회장은 “투자를 하려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방법이 제한적인 만큼 중복 상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며 “작은 회사들이 성장하려면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중복 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중복 상장이 왜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예전에는 중복 상장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논란이 되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LS그룹은 LS이링크, LS전선, LS MnM(엘에스엠앤엠), LS엠트론, 엘에스이브이코리아(LSEV코리아), KOC전기 등 계열사들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전기·전력 소재 등 기존 그룹의 주력 사업을 확대하고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미래 성장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구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 전략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통상 모회사와 자회사가 증시에 동시 상장되면 자회사의 가치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어 투자자들은 모회사의 주가를 할인 평가한다. 이에 중복 상장 이슈는 기업가치 평가 왜곡·주주가치 훼손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 과거 LG화학과 SK케미칼 등이 잇단 물적분할·상장으로 모회사의 주가가 내려앉은 바 있다. LG화학은 지난 2020년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2022년 1월 27일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상장했는데, 이후 LG화학의 주가는 당시 66만4000원에서 전날 25만500원으로 62.27%나 빠졌다.

    SK케미칼의 경우 백신 사업부를 SK바이오사이언스로 물적분할해 2021년 3월 18일 상장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성장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상장 첫날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SK케미칼은 현재까지 79.50%(21만2170원→4만3500원) 폭락했다.

    또한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중복 상장 비율은 약 18%로 일본(4.38%), 대만(3.18%), 미국(0.35%), 중국(1.98%)과 비교하면 비정상적 수준이다. 국내 증시의 중복 상장에 따른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더블카운팅 비율 평균(2019~2023년)도 11%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인적분할로 상장하는 신설법인은 상장일 종가에 매수 이후 60일 종가 동안의 주가 평균 성과는 6.73%인 반면 존속기업은 -13.1%였다. 특히 분할 이전 존속기업 60일 성과도 -12.7%로 부진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복 상장이 주가 할인요인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이익 더블카운팅 때문”이라며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회복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합병을 통한 중복 상장 제거겠지만, 세금·자금확보 등으로 앞으로도 중복 상장을 일으키는 상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