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이후 10년물 금리 하락세…4.8% 수준서 4.2%로정부 이자 비용 부담 줄이기 위해 10년물 금리 하락 집중금리 하락세에 TMF 수익률도 회복…개인 미국채 순매수 규모도 늘어"추세적 하락 '회의적'…과도한 장기채 베팅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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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성과지표로서 주식시장보단 국채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미 장기채 투자에 나섰다가 속앓이했던 채권 개미들도 최근들어 한 숨 돌린 모습이다. 

    트럼프 2기 출범 초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던 미 국채금리는 최근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먼 미래에 대한 경기 전망이 녹아 있는 미 국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1월 중순 4.8% 수준을 보였지만 이달 들어 4.1~4.3%대에 머물고 있다. 

    증시를 경제 성과의 핵심지표로 삼았던 첫 임기 때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성과 지표로 삼은 것은 국채금리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 4일 첫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채금리 하락을 성과로 내세웠다. 트럼프는 "오늘 금리가 아름답게 떨어졌다. 아주 크고 아름다운 하락이다. 이제야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미국 경제에 급브레이크를 걸어 경기 둔화 상황을 조장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할 거란 공포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수요가 몰리면서 국채 가격은 뛰고 금리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보다 10년물 국채 금리 하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10년물 금리를 낮추려는 이유는 해당 금리가 미국 내 장기 모기지대출, 학자금 대출 금리와 같은 대출 금리 등 다양한 금융상품 금리에 영향을 미쳐서다. 미국이 발행한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정부가 갚아야 하는 이자 부담도 줄어든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월 말 연방정부 부채는 36조2000억달러로, 지난 15년간 두 배로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때 달러를 풀어 경기 방어하느라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부양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가 오르면서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도 지난해 9월 기준 1조1580억달러로 연간 미국 국방예산(8860억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대규모 국채 발행과 고금리가 겹치며 재무부는 작년 8800억 달러(약 1270조원)를 순수 이자비용로 지불했다"며 "이는 전체 재정지출의 13% 비중인 만큼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금리인하, 특히 장기채 금리를 낮게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美 장기채 투자자들, 한시름 덜어… 미국채 순매수 규모 증가세

    최근 장기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그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미 장기채 투자에 나섰다가 속앓이했던 채권 개미들도 한시름 덜었다.

    미국 장기채 수익률을 세 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3배 레버리지'(티커 TMF)는 트럼프 취임 이후 지난 12일(현지시각)까지 11.30% 급등했다.

    1월까지만 해도 미 국채 관련 ETF는 줄줄이 연저점까지 추락했다. 한국인 보유 비중이 19%에 달하는 TMF는 지난 1월 14일 36.98달러까지 내려앉으면서 연저점을 기록한 바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일주일 새 미국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4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미국 국채 순매수 규모는 약 2억8091만달러(4080억원)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채권 순매수액은 12억7641만달러(1조8507억원)로 1월(1조224억원) 대비 8300억원가량 늘었다. 채권 보관 금액도 지난달 말 136억8000만달러(약 19조 8360억원)에서 138억달러(20조1344억원)로 증가했다.

    다만 미국 장기채 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는 다소 회의적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적극적 투자에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 하락 폭이 컸던데다 향후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각) 기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32%로, 연중 최고치인 1월 대비(4.79%)로는 50bp가량 떨어진 상태이지만 지난 10일(4.218%) 이후 다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국채 금리의 하락은 추세적 하락 전환보다는 금리 변동 범위의 일시적 하향 돌파로 해석된다"면서 "트럼프 정책은 확장 재정과 인플레이션 유발 등을 근거로 기본적으로 국채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의 제어가 불확실해 연준의 적극적 스탠스의 변화가 동반되지 못한다면 채권금리 역시 방향성을 잃고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의 금리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장기채에 대한 과도한 베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