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내 이주 수요 몰릴 시 전세난 우려강남 집값 잡을 남은 카드 '이주시기 조정'
  • ▲ 서초구 재건축 단지. ⓒ연합뉴스
    ▲ 서초구 재건축 단지. ⓒ연합뉴스

    서울시가 강남 집값 안정을 위해 이주시기 조정권 카드를 적극 활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3구가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여부를 판가름할 관리처분계획을 정부기관에 맡겨 검증하라는 정부 권고를 듣지 않고 자체 처리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구청의 고유 권한이지만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의 이주시기를 늦춰 재건축사업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려면 서울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이주 시기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26일 열리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송파구 잠실 진주, 미성·크로바아파트와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의 이주시기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피하려고 지난해 서둘러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단지라 해도 부적격 사례가 발생하면 초과이익을 엄격히 환수하겠다며 강남권 구청에 철저한 심사를 요구했다.


    국토부가 부적격 인가에 관여한 구청 공무원은 감사·사법처리를 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강남권 구청들은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에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을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자 절차가 까다로운 감정원에 타당성 검증을 의뢰하지 않고 자체 검증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돌린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지자체가 꺼낼 수 있는 남은 카드는 '이주시기 조정'이다.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 주거정책심의위에서 이주 시점이 확정돼야 신축 아파트 분양 계획과 이주 계획 등을 승인받는 재건축사업 마지막 절차인 관리처분 인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례에 따라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 인가 신청 후 최대 1년까지 이주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이는 단기간 내 이주 수요가 몰리면 전세난이 일어나고,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등 일대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질 것을 고려한 조치다.


    서울시는 대규모 이주로 전·월세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장이 우려될 때 이주시기 심의를 받게 한다. 기존 주택 수가 2000가구를 넘거나, 멸실가구가 해당 자치구 주택 재고수의 1%를 초과한다면 이주 시기 심의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번 달 심의 대상인 잠실 진주아파트(1507가구)와 미성·크로바아파트(1350가구)는 신천동에 나란히 자리 잡은 데다 합치면 3000가구에 가까워 이주 시 주변 부동산시장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도 2000가구가 넘는다.


    앞서 서울시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이주시기를 상당 기간 조정했는데도 이주 가구가 워낙 많아 경기도 하남시 등 주변 지역에까지 파급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3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서울시는 이주 시기를 7월로 미뤘다.


    서울시 관계자는 "송파구의 경우 연말에 가락시영 재건축 단지인 '송파헬리오시티' 9000가구가 공급되기 전까지는 주택 공급 뒷받침이 약하다"며 "강남·강동지역 건축 인허가 물량 등을 두루 판단해 이주 시기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