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자 선정 8일 만에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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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이 8일 갑작스럽게 대우건설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새우의 꿈'은 없던 일이 됐다.다만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산업은행에 인수 철회 의사를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IB업계 등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이날 이른 오전까지도 산업은행 내에서는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졌다.호반건설이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오후께 이뤄진 데다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난 뒤에도 산업은행에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입장 표명이 전달되지 않은 까닭이다.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누워서 코를 베인 격"이라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나, 전영삼 부행장이 호반의 재무상태까지 언급하며 회사만 공짜로 띄워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산업은행 관계자는 "호반건설과의 딜은 끝난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오전까지 들어온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다"고 했다.호반건설이 표면적으로 밝힌 인수 포기 요인은 해외 부실이다. 전일 4분기 대우건설 실적에 예상치 못했던 모로코 플랜트 부실이 3000억원이 반영되면서 영업익이 기대치에 못미쳤다는데 있다. 동시에 대우건설의 다른 해외사업장에 대해서도 추가 부실 등을 염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해외 부실을 매개로 대우건설 인수 가격을 깎는 등 추가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것보다 양해각서(MOU) 체결 전에 포기하는 게 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다만 호반 측에서 실적발표 단 하루 만에 매각을 철회한 데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호반건설은 지금껏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SK증권까지 메머드급 매물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으나 막판에 발을 뺀 전력이 있다.과거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 당시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가 예상가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적어냈다가 인수가 불발되기도 했다. 따라서 대우건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끝까지 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았다.한 업계 관계자는 "호반이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특혜 매각 지적, 대우건설의 강성노조 등 부담을 느낄만한 소지가 많이 있었다"면서 "해외 사업장 손실이 촉매제가 됐을 뿐 애초에 완주를 못할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호반으로서는 홍보 효과 등을 톡톡히 누린 것"이라고 했다.호반건설은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매입 조건으로 지분 40%만 우선 매입한 뒤 나머지 지분 10.75%는 2년 뒤 인수하는 풋옵션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에 투입한 자금 3조2천억원 중에 이에 절반가량이 1조6천억원 수준으로 대우건설을 삼키려 한다는 특혜 매각 지적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