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이 다시 수장을 ‘교체’ 하면서 새 시대를 알렸다. 이번 CEO 교체로 각사의 경영 방침에 미칠 영향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일부로 대표이사를 선정했다. 삼성증권은 차기 대표에 구성훈 전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삼성자산운용은 전영묵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낙점했다.
이들은 모두 50대의 비교적 젊은 인사들로 눈길을 끈다. 삼성 계열사에는 암묵적 ‘룰’로 만 60세를 넘긴 CEO는 일선에서 물러나는 분위기가 있어 이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번에 일선에서 물러나는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을 비롯한 삼성의 다른 금융계열사 사장들도 모두 1955~60년생이다.
1961년생으로 만 57세인 구 대표는 1987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뒤 1993년 삼성화재, 1998년 삼성생명에 합류해 특별계정사업부, 투자사업부, 재무심사팀, 자산운용본부 등을 두루 거쳤다. 이후 2015년부터 삼성자산운용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1964년생으로 만 54세인 전 부사장은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했다. 이후 2011년부터 삼성생명 PF운용팀장, 자산운용본부장으로 근무한 뒤 2015년부터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삼성그룹 내 금융 계열사 CEO 인사의 ‘맞 교체’는 이번만이 아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한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삼성생명 전무, 삼성투자신탁운용(현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거쳤다.
배호원 전 사장도 삼성투자신탁운용, 삼성생명 대표 출신이며 김석 전 대표도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을 거쳤다. 직전 대표인 윤 사장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자산운용 대표직을 역임했다.
삼성증권은 초대형 IB 중 한 곳으로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과제에 당면해 있다. 실제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초대형 IB 대상 증권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으로 인해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보류되는 변수를 맞았다.
이 부회장은 최근 석방됐지만 아직 남은 재판 일정이 있어 당장 발행어음 심사는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당분간 발행어음보다는 초대형 IB 내 외환업무 등 다른 부가사업이나 자산관리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자산운용 출신인 구 대표의 역할이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은 구성훈 대표 시절 국내 시장에서는 선도적으로 한국형 TDF(Target Date Fund, 생애주기 맞춤 자산배분 펀드)를 도입해 출시 1년 만에 설정액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삼성증권 역시 한국형 TDF 판매로 은퇴를 앞둔 자산가 고객 유치 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
삼성자산운용은 격화되는 자산운용업계 내 경쟁에서 존재감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관리자산(수탁고‧일임자산의 합)은 지난 9일 기준 226조원 규모로 업계 1위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0조원 규모로 압도적인 차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요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