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출시까지 미루며 '안정성' 확보 총력… "대대적 변화 예고"공정 '모듈-플랫폼'화 등 신기술 강박증 버리고 '양산체제' 안정화 '착착'
  • ▲ LG전자는 올해 모듈화·플랫폼화에 집중하는 등 스마트폰 사업 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은 LG이노텍 광주공장 내 연구원들이 'V30'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을 소개하는 모습. ⓒLG전자
    ▲ LG전자는 올해 모듈화·플랫폼화에 집중하는 등 스마트폰 사업 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은 LG이노텍 광주공장 내 연구원들이 'V30'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을 소개하는 모습. ⓒLG전자


    LG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제품 경쟁력을 높여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본부장과 연구개발 책임자를 교체하는 체질개선에 나섰다. 

    LG전자는 오는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18'에서 G7 대신 인공지능(AI) 기능이 강화된 2018년형 V30을 선보인다. 사실상 신제품 출시를 미룬 것이다. 새로운 V30은 지난해 말 출시된 V30의 플랫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하드웨어를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비전 AI'와 '음성 AI' 등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신제품 효과를 노렸다.

    LG스마트폰 사업은 지난해 출시된 G6를 기점으로 신기술 강박증을 버리고 양산체제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사업을 총괄하면서 부터다. 체질개선의 핵심은 제조 공정의 모듈화와 플랫폼화에 있다.

    모듈화는 여러 모델에서 함께 쓸 수 있는 공용 부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의미하고, 플랫폼화는 표준 모델을 통합한 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제조 공정에서 모듈화 및 플랫폼화가 갖춰지면 제품을 개발하는 비용과 생산성이 크게 향상돼 가격 및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새 스마트폰 사령탑에 황정환 MC사업본부장(부사장)이 낙점된 것도 안정된 양산체제를 LG스마트폰 사업에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리틀 '조준호'로 불리는 황 부사장은 OLED TV를 성공시킨 주역이자 생산성 확대의 최고 전문가로 불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황 부사장과 함께 세탁기 및 생활가전연구소장을 역임한 김영수 전무가 옮겨온 것을 보면 조 부회장이 MC사업본부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있다"며 "LG전자는 스마트폰보다 어렵다는 생활가전 모듈화에 성공했다. 작년 말 출시된 V30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파생모델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했다.

    조 부회장은 올 초 열린 CES 2018에서 "신제품 출시 시기나 제품의 스펙 등은 필요에 맞게 가져갈 것"이라며 "스마트폰 브랜드를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세탁기, 냉장고를 성공시킨 DNA를 스마트폰에 이식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제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15억800만대)에서 3.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7위를 기록했다. 1위 삼성전자(21.1%), 2위 애플(14.3%)과 비교해 저조한 성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LG스마트폰 사업이 수 년내 흑자전환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체질개선을 통한 수익성이 개선될 경우 글로벌 5위 진입도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LG스마트폰 사업의 부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며 "당장은 눈에 띄는 성과가 힘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적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수 년내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