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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북방경제협력에 주안점을 두는 가운데 철도 분야 주요 의제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 시기를 두고 정부와 여권 내에서 온도차가 보이고 있다.
업무를 추진하는 세 축인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큰 틀에서 OSJD 가입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만장일치제'라는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조금씩 차이가 드러낸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지난 8일 국토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오 사장은 OSJD 정회원 가입과 관련해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사장단 회의를 기점으로 정회원 멤버십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OSJD 회원국 가입은 매년 4월과 6월 각각 열리는 OSJD 사장단회의와 장관회의에서 결정된다. 올해는 다음 달 16~20일 베트남 다낭에서 첫 관문인 사장단회의가 열린다. 제휴회원인 우리나라도 초대장을 받은 상태다. 신규 회원국 가입 안건은 19일 상정·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정회원 가입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북한의 반대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베트남 회의에 대한 예측도 아직은 섣부른 상태다.
철도업계 일각에선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환점으로 남북·국제 정세가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는 만큼 올해는 관계 개선 움직임에 힘입어 극적인 희소식을 기대하는 눈치다.
OSJD 회원 가입 추진의 또 다른 축인 북방경제협력위는 조금 더 서두르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신북방정책을 진두지휘하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지난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출장길에서 러시아 철도청장을 만나 OSJD 가입에 관해 협조를 요청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우선 러시아를 통해 북한의 협력을 유도할 것"이라며 러시아 철도청장 면담 일정을 알렸다.
송 위원장은 "(OSJD 가입 관련) 여러 복안을 갖고 있다"며 "북측과 직접 접촉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었다.
이달 5일엔 송 위원장 등 북방경제협력위 위원들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타고 방북한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12일 북방경제협력위 관계자는 "방북과 관련해선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 위원장의 TSR 방북 프로젝트가 협상 막바지에 틀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록 송 위원장의 북측 접촉이 무위로 끝났지만, 북방경제협력위는 OSJD 가입과 관련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송 위원장은 "정관 개정 추진과 동시에 올해 (사장단·장관회의에서) 가입할 수 있게 양면작전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었다.
현재 OSJD가 채택한 의사결정 방식은 만장일치제다. 우리나라는 OSJD 정관 개정을 통해 이를 회원국 4분의 3 찬성으로 완화해 북한의 반대를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는 OSJD 의장국인 폴란드가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성과도 보인다.
다만 정관 개정은 소회의(ITRT) 통과 후에도 8개 회원국 이상의 비준 절차를 밟아야만 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철도정책을 주관하는 국토부는 내부적으로 정관 개정 완료 시점을 오는 2021년으로 잡은 상태다.
국토부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새 국면을 맞은 남북 간 정세를 OSJD 가입에 활용하는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