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영수증' 논란으로 홍역… "과징금 처분 확정 아닌데 보도 돼 당혹"강화되는 규제·중복 제재 등 홈쇼핑 업계 부담 악화재승인 앞둔 롯데홈쇼핑·공영홈쇼핑 좌불안석, 업계도 정부 눈치보느라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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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최근 TV홈쇼핑에 들이대는 규제의 잣대가 다소 거칠어졌다는 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가짜 영수증' 이슈를 비롯해 TV홈쇼핑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항의나 소명조차 할 수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소위원회를 열고 롯데홈쇼핑과 GS샵, CJ오쇼핑이 '허위 영수증'으로 제품 가격을 비교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며 전체회의에 과징금 징계를 건의했다.

    방심위에 따르면 3개 홈쇼핑 업체는 주방가전인 쿠쿠(CUCKOO) 밥솥을 판매하는 방송에서 실제 구매 영수증이 아닌 허위 영수증으로 홈쇼핑 판매 가격과 비교를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홈쇼핑이 방송을 통해 
    41만8000원에 밥솥을 판매할 때 59만8000원이 찍힌 백화점 영수증을 보여주면서 큰 폭의 할인이 적용된것처럼 설명했지만 이 백화점 영수증이 허위라는 지적이다.

    한 홈쇼핑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에 나간 영수증은 허위나 가짜가 아니라 실제 백화점에서 해당 제품을 정가에 구매한 결제 영수증"이라며 "다만 방심위 측에서는 백화점이 다양한 프로모션이나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실제 정가에 해당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허위 영수증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심위 측에 결제 내역과 결제 취소 내역 등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과징금 처분을 확정받은 상황이 아닌데 마치 확정된 것처럼 기사가 나오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방심위는 '가짜 영수증' 논란과 관련해 전체회의에 과징금 징계를 건의한 상황이며 아직 정확한 처분이 나온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TV홈쇼핑에 대한 전반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초반부터 너무 몰아붙이는 느낌"이라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업계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누구 하나 나서서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는 지난해부터 잇따른 구설에 휘말리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과 관련한 뇌물 논란은 홈쇼핑 업계 전반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이자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던 2013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GS홈쇼핑·롯데홈쇼핑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GS홈쇼핑으로부터 대표이사 국정감사 증인신청을 철회해 달라는 등의 청탁을 받고 한국e스포츠협회에 1억5000만원을 제공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5년 7월 협회에 3억3000만원을 후원한 것이 홈쇼핑 재승인과 관련한 대가성이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홈앤쇼핑도 한국e스포츠협회에 27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TV홈쇼핑에 가해지는 규제는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방송 사업자의 재허가 및 재승인 불허시 1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방송사업자가 재허가와 재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12개월 범위에서 방송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공표된 후 시행될 경우 재승인 불허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승인 불허시 1년간 유예기간을 둔 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면 업계를 배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유예기간으로 정리할 시간을 주고 관용 없이 재승인을 불허할 가능성이 있다"며 "홈쇼핑 재승인을 불허하게 되면 수백여개의 협력업체와 직원 고용 문제 등을 해결해야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는 그런 부담을 업체로 넘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4월과 5월 재승인을 앞둔 공영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만약 정부가 이례적으로 재승인을 불허할 경우 선례가 남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도 재승인 심사때마다 정부의 눈치를 더욱 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방송법 개정안에는 홈쇼핑 방송사가 허위, 과장 등 시청자가 오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제재조치명령을 받게 된 경우에는 그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 결정 사항전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해당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우편 등의 방법을 통해 통지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업계 측은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고객에게 우편 등을 통해 해당 사항을 직접 알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각종 규제에 둘러쌓여 있는 상황에서 방송법 개정안까지 더해지면서 올해는 TV홈쇼핑 방송하는게 더욱 녹록지 않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 밖에도 협력 업체 제작비 전가 행위 금지와 중복 규제도 홈쇼핑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5년 법령 개정 이후 제작비 전가 행위를 금지하면서 협력 업체가 제작한 영상을 홈쇼핑 방송 화면으로 쓰는 것이 금지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력사가 홈쇼핑 방송 때문이 아닌, 자신의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만든 영상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홈쇼핑 방송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금지됐다"며 "방통위가 홈쇼핑 업체에 시정 조치를 내린 후 
    심의 제재 내용을 다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하면 추가 제재를 내릴 수 있게 하고 있어 중복 규제를 받을 수 있어 홈쇼핑 업계의 눈치보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홈쇼핑 업계를 규제하는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한두군데가 아닌데다 
    홈쇼핑 업계는 잘못한 일이 하나라도 중복으로 제재받을 수 있어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방심위가 TV홈쇼핑 심의를 강화하기 위해 전담팀까지 꾸리면서 올해는 더욱 힘든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