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연봉 5억·성과급 2억 이상 임직원 보고서로 모두 공개"은행권 겨눈 칼날, 증권업계 불똥…성과급 공개시 적대감 커질 듯업계 "민간회사도 하향 평준화·배분으로 회귀하란 말이냐" 반발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앞으로 연봉 5억원 이상 또는 성과급 2억원 이상 임직원의 보수총액이 별도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다.

     

    잇따른 채용비리로 질타를 받은 은행권을 겨냥한 금융당국의 칼날이 난데 없이 증권업계를 겨누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평가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전일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두고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임직원의 연봉이 모두 드러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반발이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은 금융사의 건전한 경영 및 소유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공적규율 차원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합리화 ▲CEO선임 투명성제고 ▲임직원 보수통제 강화 및 내실화 ▲준법감시 및 내부감사업무 실효성 제고 등을 담고 있다.


    이 중 업계가 특히 문제로 여기는 부분은 '임직원 보수통제 강화 및 내실화'다.


    증권업계의 보수체계는 기본급이 낮은 대신 실적에 따른 성과급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 성과가 높은 임직원이 자연스럽게 높은 연봉을 받는 구조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봉 5억원 이상 또는 성과급 2억원 이상 임직원의 보수총액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당국이 위화감, 적대감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 입장이다.


    펀드매니저나 IB부서 등에 소속돼 높은 성과를 거둬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고액 성과급을 받는 이들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이 업계는 물론 사회에 긍정적 효과만을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기준에 맞추면 대형 증권사 임원 연봉은 모두 공개되는 것은 물론 일반 직원들의 성과급도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개인(일반 직원)이 거부한다고 안할 수는 없을 것이고, 직원 입장에서는 본인 소득이 의지와 상관없이 노출되는 것인데 무엇을 위해 그래야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임직원들의 성과급은 단순히 포지션(소속부서)때문에 받는 것은 아니고, 주먹구구식으로 성과급을 일괄지급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내부 지침과 규정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고, 당국의 지시에 따라 성과급 이연제도 실시하고 있는데 공시까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사 임원의 보수 수준이 성과보다 과도하게 높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보수 지급 명세를 공시해 정당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번 개선방안이 증권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 역시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회사 이름을 거론할 수 없지만, 성과급 비중이 높은 증권업계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대형 증권사의 경우 10명 이상의 보수를 개별 공시해야 할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보수는 기본급과 성과보수를 연동해 책정하는 곳도 있지만, 성과보수의 적정성에 대한 부분은 금융위가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히며 보수 책정에 대한 책임과 사회적 평가는 전적으로 금융사에 맡겼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임직원들의 연봉공개를 당국이 강화하면 연봉과 성과금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는 평가다.


    증권업계가 이번 방안에 특히 반발하는 이유는 당국이 은행권을 조준해 당긴 화살이 증권업계로 날아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이번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은 셀프연임, 채용비리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금융권에 초점을 두고 있다.


    주인 없는 금융권에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해 임원들의 보수 책정은 물론 사외이사 추천, 대주주 적격 심사 등에서 발생해온 문제를 차단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간 금융사의 임직원 연봉공개, 이사회 구성 등의 문제까지 당국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논란에 대한 보완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