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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이 노조에 부도 가능성을 언급했다. 자금사정이 급박한 만큼 최후통첩으로 노조에게 임단협 타결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배리 엥글 사장은 전날 노조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정부가 4월 20일 정도까지는 우리가 자구안을 확정해서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노사 임단협이 잠정합의에라도 이르지 못하면 이 기한 내 자구안 마련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자구안을 내지 못하면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현재 자금난 상황에서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엥글 사장은 한국지엠이 4월말까지 마련해야 하는 자금 규모를 6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노조에 "이달 안으로 타결은 아니더라도 임단협 잠정 합의 수준이라도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엥글 사장이 언급한 6억달러는 희망퇴직 위로금 등에 필요한 자금이라는게 업계 판단이다.
한국지엠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신청자는 약 2600명에 달한다. 한국지엠은 희망퇴직자들에게 내달말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들의 2~3년치 연봉을 평균 2억원으로 잡아도 위로금 규모는 5000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4월 중 지난해 격려금 중 절반(1인당 약 450만원)도 줘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필요한 자금도 720억원이나 된다.
이달말 만기되는 차입금 7000억원과 4월1일~8일 무려 9880억원에 달하는 채무 만기도 한국지엠 자금사정을 압박하고 있다.
4월에 돌아오는 차입금, 희망퇴직 위로금까지 합치면 한국지엠이 부도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총 2조3545억원에 달한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4월20일까지 자구안을 확정해야 하기에 좀 강한 표현을 한거 같다"며 "근시일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면 회사가 정말 위급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엥글 사장은 이날 오후 이인호 산업부 차관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산업은행 관계자 등을 만나 외투지역 지정 검토와 산업은행의 경영 실사 등에 대해 논의한다.
한국지엠은 지난 13일 인천시와 경남도에 각각 인천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대한 외투지역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