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주총, 송용덕 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신 전 부회장, 특별한 공세 취하지 않아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 ⓒ롯데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 ⓒ롯데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재점화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달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직 사퇴를 촉구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날 오후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호텔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송용덕 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과 2017년도 재무제표 승인 안건 등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신 전 부회장이 호텔롯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경영권 탈환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날 신 전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대리인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 지분은 일본롯데홀딩스가 19.07%, 일본롯데홀딩스가 100% 지분을 소유한 L투자회사가 72.7%, 광윤사가 5.45%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1.62%와 광윤사 지분 50%+1주를 가진 최대주주다. 

지난해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기존 1.38%에서 4%로 늘리며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신 전 부회장의 의결권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신 회장의 지분은 신 전 부회장(1.62%)과 신격호 명예회장(0.44%)의 지분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여러가지 업무를 처리하느라 주총에 오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경영권 탈환 의지도 떨어졌다고 볼 수 있냐'고 묻자 "그런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신 전 부회장의 움직임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금융업계와 신 전 부회장 측근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주사에 편입되는 비상장 계열사 주식 대부분을 매각했다. 

한국후지필름, 롯데상사, 롯데아이티테크 등 1170여억원에 달하는 지분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에서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등만 남게 됐다. 이를 두고 신 전 부회장이 이제 슬슬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짓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남아있는 만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주총까지 남은 시간 동안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에 보도에 대해 일일히 대응하지 않고, 일본에서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짜기에 매진하고 있다는 추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은 잠잠해졌지만, '뉴롯데'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날 주총에서 호텔롯데 상장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롯데의 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개선 작업의 마지막 퍼즐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신 회장은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호텔롯데를 우선 상장하고 이를 중심으로 유통, 식품, 화학 등의 여타 계열사들을 합병하는 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법정 구속되면서 호텔롯데 상장 시기도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옥중경영'을 본격화한 시점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면서 경영권 분쟁도 무의미해졌다"며 "오는 6월 주총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