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SK건설·롯데건설·한화건설, 상장설 '솔솔'비상장 1위 포스코건설, IPO 전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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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성재용 기자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돌입하면서 비상장 대형건설사들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확산되고 있다.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거나 지분 구조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SK그룹 사촌간 지분 정리를 위해서는 SK건설의 상장이 필요조건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숙제를 떠안고 있는 롯데그룹, 한화그룹도 상장은 시간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건설, 중견건설사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 등도 상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와 그룹사 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등을 위해 필요한 4조7000억원의 주식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현재로서는 비상장사인 현대ENG의 지분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현대ENG 지분을 각각 4.68%, 11.72%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IPO를 통해 시총이 10조원이 된다는 증권가 가정에 따르면 오너 지분 가치는 1조6400억원에 달한다. 주식 매입의 부담을 제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IPO를 통한 현금 확보는 과거 정 부회장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정 부회장은 이노션 IPO 때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고, 앞서 현대글로비스 매각대금과 함께 이 자금을 2015년 현대차 지분(2.3%) 매입에 썼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 매각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나왔지만, 이후 현대차 지분을 매입하는데 쓴 것을 보면, 큰 틀에서 지배구조 체제 강화에 나섰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회사인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도 거론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별도 기준으로 현대건설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을 추진했을 때 얻게 되는 이익이 크다는 의견이 있다. 현대ENG가 플랜트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단독으로 상장해도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지분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건설도 상장을 준비하는 건설사 중 하나다. SK건설의 경우 SK케미칼이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에 따라 SK와 SK케미칼 중 한 회사가 SK건설의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SK건설의 1·2대 주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주주인 SK㈜(44.48%)와 최창원 부회장이 대주주인 SK디스커버리(28.25%)다. SK㈜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을 거느린 지주사이며 SK디스커버리는 사업회사 SK케미칼(사업회사)에서 분할돼 나온 지주사다.
업계에서는 상장을 통해 지분 중복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상대회사의 SK건설 지분을 인수하려면 수천억원의 대규모 지분 매입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재무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SK건설의 지분가격 책정 과정에서도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나 대기업의 내부거래 단속에 집중하는 현 정부의 기조를 고려하면 사촌간의 지분거래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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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소재 롯데건설 본사. ⓒ연합뉴스
마찬가지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롯데그룹의 롯데건설도 상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지주는 100% 자회사가 되는 롯데정보통신에 대한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지난달 한국거래서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가 출범한 이후 첫 번째 계열사 상장 작업이다. 롯데지주는 출범하면서 비상장 계열사를 상장하겠다고 밝혀왔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2006년 롯데쇼핑 이후 12년간 끊겼던 그룹 계열사 IPO가 추진되면서 다음 단계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롯데시네마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의 IPO 전략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장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 중 하나로 롯데건설이 꼽힌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건설 경기 호조에 따라 상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당시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 등으로 발목이 잡힌 바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를 준공한 데 이어 공공부문 입찰에서도 잇달아 수주에 성공하면서 시장의 관심과 실적 여건을 모두 갖췄다는 분석이다. 롯데건설은 앞서 2008년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시장 상황 등으로 철회한 바 있다.
비상장 건설사 가운데 시공능력평가순위 최상단에 위치한 포스코건설의 경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최근 실적 반등에 성공한 만큼 모멘텀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엔지니어링과의 성공적인 흡수합병, 해외 부실사업장의 마무리, 국내 주택 부문 호조 등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 3003억원·순이익 803억원을 기록하면서 각각 2013년 4353억원·2012년 2795억원 이후 수년간 이어지던 감소세를 반전시켰다. 2016년에는 50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15년과 2016년 2년간 총 760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측은 앞서 2009년 상장 추진을 논의한 바 있는데다 2016년 상반기에는 모회사인 포스코가 프리IPO(pre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던 만큼 상장 가능성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은 반등하지 못한 매출 규모와 이전 정권과의 유착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과 달리 매출 7조191억원으로, 2013년 10조1313억원 이후 반전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상장 추진이 논의되던 2009년 6조6757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영업이익도 2009년과 별반 다를 바 없으며 순이익의 경우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곤혹을 치렀으며 최근에는 '친MB 기업'으로 묶이는 등 사정당국의 눈초리가 예리해 선뜻 기업공개를 도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밖에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화그룹의 한화건설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배구조 개편 압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상장 여부에 업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중견건설사 한양의 모회사인 보성 역시 지난해부터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IPO 절차를 준비했던 만큼 상장 가능성이 높은 곳 중에 한 곳으로 꼽힌다. 다만 보성 측이 지난 2월 내부적으로 실적 회복을 한 뒤 상장을 하겠다고 잠정 연기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잠잠하던 건설기업 상장 소식이 최근 들어 실적이 개선된데다 지난해 말 대원이 상장하면서 공모시장에 다시금 온기가 돌고 있다"며 "대부분 이슈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것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투명한 경영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