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성능 따라 마일리지 오류, 다단계 수동조작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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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정보시스템(GPS)이 먹통이고, 수동으로 여러 단계를 조작해야 해 번거로웠습니다."
국토교통부가 16일 야심 차게 선보인 광역알뜰교통카드는 시연 과정에서 여러 보완사항을 노출했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김현미 장관과 이춘희 세종시장을 비롯해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체험단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알뜰교통카드 시연행사를 벌였다.
정부세종청사 안내동 앞에서 출발해 청사 남측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정류장까지 걸어 이동한 뒤 900번 시내버스를 타고 국책연구단지 인근 정류장에서 내렸다. 정류장에서 체험단 발대식이 열리는 연구단지까지는 걸어 이동했다.
청사를 출발하며 알뜰교통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시작버튼을 누르자 GPS가 위치정보를 인식해 걸은 거리와 그에 따른 마일리지(이용 실적 점수)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앱은 1㎞당 115원의 마일리지를 적립한다.
BRT 정류장에 도착해선 앱으로 정류장에 부착된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를 찍어야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이동을 멈췄다는 것을 수동으로 확인하는 단계인 셈이다.
버스로 이동 후 국책연구단지 정류장에 내리면 다시 한번 QR코드를 찍어야 한다. 그러면 다시 걷기나 자전거를 이용한 이동 단계로 넘어간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완료 버튼을 누르면 이동거리와 마일리지 적립이 끝나고 총 44회였던 정기권 '남은 횟수'는 1회가 차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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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교통카드는 현재로선 이동-버스 이용-이동의 단계마다 사용자가 각 단계가 마무리됐음을 일일이 수동으로 조작해줘야만 해 이용이 번거롭고 불편했다.
출퇴근 시간에 쫓겨 바쁘게 움직이거나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경우 제때 마일리지를 쌓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이 커 보였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는 마일리지 적립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이동할 때 앱이 GPS 정보를 분석해 사용자가 걷는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걷고 있는 사용자가 스마트폰 화면에서 실수로 자전거를 잘못 선택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마일리지는 걷기가 1㎞당 115원, 자전거는 그 절반인 57.5원을 적립한다.
앱을 한 번 시행하면 목적지 도착 때까지 종료할 수 없는 가운데 스마트폰 배터리가 빨리 닳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날 시연행사에서는 일부 스마트폰이 위치정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이동거리와 마일리지 계산에 오류를 보였다. GPS 인식 오류로 수백m를 걸었음에도 이동거리에 변화가 없었다.
교통안전공단 조경수 교통조사평가처장은 "스마트폰 성능에 따라 GPS 감도가 차이 난다"며 "아직 이동거리 측정 등에 오류가 날 수 있다. 시범 운영하는 오는 30일까지는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앱 이용과정을 좀 더 단순화하고 자동화하는 등 시범운영 기간에 미흡한 서비스를 보완·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알뜰교통카드가 국토부 기대처럼 자발적인 승용차 이용 억제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 장관은 체험단 발대식에서 "광역알뜰교통카드는 국민 교통비 부담을 낮출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보행·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고 자연스럽게 승용차 이용 억제를 유도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시연행사 참석자는 "승용차 이용자 중 상당수는 교통비보다는 편의성 때문에 차를 끌고 나온다"며 "알뜰교통카드가 대중교통 이용자에게는 혜택을 주겠지만, 승용차 이용 억제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