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개 시기 미정… "정치적 색깔 띠는 행보는 오히려 역풍 위험"
  • ▲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 발표 후 기뻐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 발표 후 기뻐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막을 내린 가운데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유통업계는 신중한 모습이다. 아직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지나친 기대감 표명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선언문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연내 개성공단 재가동도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과 연관된 유통기업들도 호재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슈가 단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이 크지 않고 돌발변수도 많아 무조건적인 낙관론은 아직 이라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개성공단에 3곳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CU는 구체적인 개성공단 재개 시기 등에 대해 아직 통보받은 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CU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운영하는 매장은 매출 측면보다 북쪽에 있다는 상징성과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의 역할이 더 크다"며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 구체적인 통보도 받은 바 없어 일단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CU는 지난 2004년 12월 'CU개성공단점', 2007년 'CU개성공단 2호점', 2013년 'CU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점'을 잇따라 오픈하며 편의점 사업자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에 점포를 직영점으로 운영해 왔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임직원들은 철수했지만, 현지에 매장이나 물품 등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알려져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바로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 ▲ CU 개성공단점. ⓒBGF리테일
    ▲ CU 개성공단점. ⓒBGF리테일


    개성공단 재개 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릴 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오리온도 신중하기는 마찬가지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초코파이가 간접적으로 언급되면서 이미지 효과 상승은 기대되지만,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흐를지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평양냉면이 이번 정상회담 이후 이슈가 된 것처럼 초코파이도 화제에 오르면서 긍정적 이미지 구축에는 좋은 부분이 있다"며 "다만 개성공단 재개 시기 등이 미정이고 향후 남북관계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모르는 만큼, 낙관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리온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는 지난 2004년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하루에 2개씩 간식으로 제공되면서 상당한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이후 2011년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초코파이를 1개에 1만원이 넘는 가격에 재판매하는 것이 적발되면서 지급이 중단됐다.

    초코파이는 개성공단에서 남북을 매개로 하는 상징성을 가졌던 만큼, 관계 개선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경우 오리온에도 수혜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과거 개성공단에서 일부 상품을 제조한 바 있는 대형마트들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입주업체들이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상품을 생산해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수혜가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아직 가동 규모는 물론이고 재가동 시기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유통업계가 개성공단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바 없다는 것도 있지만, 섣부른 입장 표명은 자칫 정치적 색깔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유통업계는 태극기가 일부 단체를 대표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이유로 삼일절에도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남북이 화해 모드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핑크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제조업이나 중기 부분과 비교해 유통업에는 영향이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유통업의 특성상 정치적 색깔을 띠는 행보는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섣부른 입장이나 관련 마케팅을 펼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