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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어묵을 김, 참치에 이어 차세대 수출 스타품목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지만, 생산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묵은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아 수출에 제약이 따르는 데다 원료 수급이 여의치 않아 중소기업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도 수출 품목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설익은 대책을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2일 수출기반 조성, 수출시장·품목 다변화, 업계 역량 강화 등을 3대 추진과제로 하는 '2018년도 수산물 수출지원사업 로드맵'을 내놨다.
글로벌 수산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차세대 스타품목을 발굴하겠다는 세부과제도 제시했다. 해수부는 특히 수출 효자품목으로 활약하는 김, 참치뿐 아니라 차세대 수출 스타품목으로 어묵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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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수산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중국에 3800만 달러가 수출됐고 판로 다양화가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관련 업체와 수요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로드맵 수립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어묵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관련 업계는 원료 수급의 어려움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현재 어묵 원료로는 명태와 풀치(갈치 새끼), 실꼬리돔이 주로 쓰인다.
국민생선으로 불렸던 명태는 국내 연안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실꼬리돔은 주로 베트남에서 수입에 의존한다. 그나마 최근 갈치가 잘 잡히고 있으나 상황이 언제 나빠질지 모른다.
원료가 중요한 것은 어종에 따라 응축 정도가 달라져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재료 혼합이나 효소 첨가 비율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식감이 달라지거나 쉽게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성은 부차적인 사안이다.
또 다른 걸림돌은 어묵의 유통기한이 짧아 장거리 운송이 사실상 어렵다는 데 있다. 수출 판로를 다변화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유통기한을 늘리려면 방부제를 첨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알려진 바로는 소시지형 어묵 가공식품이 유통기한이 가장 긴데 이마저도 3~4주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출길이 멀수록 상할 위험성도 커지는 셈이다.
동물성 성분으로 말미암아 이슬람교도가 먹을 수 있게 허용된 할랄음식 인증 등 검역과 통관 장벽도 높은 편이라고 알려졌다.
설상가상 씨제이(CJ)씨푸드 등 대기업이 어묵반찬에 이어 어묵베이커리 시장 진입도 곁눈질하고 있어 영세·중소기업은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대기업은 원료를 싸게 대량으로 살 수 있어 중소기업체들은 경쟁이 안 된다"며 "해외 현지에 공장을 세우면 원료를 직접 구매하거나 판로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영세업체 처지에선 말처럼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해수부는 상황이 이런데도 뾰족한 중소기업체 지원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어묵을 차세대 수출 효자품목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원활한 원료 수급 대책이나 해외 공장 설립 지원 등 업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만한 지원책은 로드맵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해수부 한 관계자는 "대체 연안 어종을 찾을 계획이지만, 관련 연구자료가 부족하다"며 "앞으로 2년 안에 원료 수급 대책을 세우고 내수시장을 키우면 4~5년 후부터는 본격적인 수출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