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계 "한발 앞서 시행, 타격 없을 것"
제조업 기반 업계 "임금 인상에 근로 단축까지 이중고"
전문가들 "점진적, 현실에 부합하는 단축방안 모색해야"
제조업 기반 업계 "임금 인상에 근로 단축까지 이중고"
전문가들 "점진적, 현실에 부합하는 단축방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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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법정 최장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는 것을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손익 계산과 대응에 분주하다.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가를 즐기면서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워라밸)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생산비중이 높은 식품업계 등은 원칙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고용이나 생산차질 등에 대해 고민이 커지고 있다.
◇대형 유통업계, 한발 앞서 시행 "진통없을 것"
대형 유통업계는 기존에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아 크게 달라지는 변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앞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워라밸 경영을 도입했다.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을 근무하게 되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가 된다. 업무 특성에 따라 오전 8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오전 10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등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시간 휴가제를 지난해 8월부터 도입해 시행해오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연차를 절반으로 나눠 쓰는 '반차 휴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2시간 휴가제는 하루 근무시간 8시간 중 2시간 연차를 사용하면 개인 연차에서 0.25일이 빠지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직원들의 '스마트 워크'를 추구하기 위해 'PC-OFF' 제도를 도입했다. 퇴근시간 이후 PC가 자동으로 꺼짐으로써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7년 11월부터는 'PC - OFF제도'를 확대해 출근 20분전에 컴퓨터가 켜지도록 하는 'PC -ON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백화점 판매직원 역시 근무시간을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판매 직원 근무가 여전하고 백화점 영업시간 단축이 없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백화점들의 입장이다.
현대백화점은 전 점포 직원을 대상으로 8시간 근무 후 오후 7시30분에 퇴근하는 제도를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영업시간을 순차적으로 1시간씩 줄였다. 아울러 서울 영등포점과 경기점(용인), 광주신세계 등 3개 점포에서 오전 11시에 개점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은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는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어떠한 제도든 도입 초기 단계에는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이해 당사자간 갈등과 오해가 야기될 수 밖에 없어 새로운 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고 근로시간 단축 기준을 세워 성공적인 사례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나서는 것은 노동 환경의 의미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식품
생산직 비중이 높은 식품, 패션업계는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현재 공장 가동시간에 따라 근무 시간표가 정해지기 때문에 초과근무와 주말 근무 등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근로시간이 갑자기 줄면 대체 인력 추가 고용, 휴일 근로 가산 지급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연간 12조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로 기존 근로자 임금 추가분이 약 1조8000억원, 추가 채용한 인원의 인건비 9조4000억원, 채용에 드는 간접비용 2조7000억원이다.
근로시간 단축에다 올해 최저 임금 인상(16%)까지 더해지면서 사업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앞으로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매년 15~16%씩 추가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24시간 생산시설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2교대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근무 시스템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면서 "인력 충원, 근무시간, 교대방식 변경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은 타업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라면서 "추가 인력을 뽑아야된다는 점에 대해 고민이 많다. 결국 인건비가 높아지면 기업의 경영 실적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대기업의 경우 주 52시간이 도입되더라도 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션업계 역시 "근로기준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추가인력 확보가 불가능한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공장가동이 멈춰 설 수도 있다"면서 "오히려 기존의 일자리마저도 줄어들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업종에 맞게 시행해야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은 한국경제 특히, 제조업 경쟁력과 영세 사업장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점진적이며 현실에 부합하는 단축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력을 추가 채용하기보다는 향후 자동화 설비를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유통업계의 무인화 도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린 하나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 같은 흐름이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