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방적 정책에 부담 커지는 주류업계해외 사례서도 대안 없어… 기업 부담, 소비자에게 전가 우려"세금 부담만 가중되며 수입 맥주와의 경쟁서 계속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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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사진. ⓒ뉴데일리DB
오는 2020년, 국내에 갈색 맥주 페트병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20년까지 모든 음료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주류업체는 갈색 페트병을 대신할 마땅한 대체제나 대안이 없어 아예 생산을 접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1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갈색 맥주 페트병은 국내 맥주 시장의 10~20% 가량을 차지하는 대중적인 용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1000ml, 1600ml의 대용량 제품이 나와 있다.
오비맥주의 '카스'와 'OB',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맥스', '드라이d', '스타우트', '필라이트', '필라이트 후레쉬',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피츠 수퍼클리어' 등이 갈색 페트병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주류업계가 맥주 페트병에 무색이 아닌 갈색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품질 유지 때문이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갈색 페트병은 맥주의 품질 유지를 위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소재"라며 "산소와 햇빛을 차단해 맥주의 산화를 막고 탄산을 유지하는 등 외벽 역할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색 페트병은 이러한 차단 기능이 없기 때문에 맥주에는 쓸 수가 없다"며 "2020년까지 갈색 페트병을 대체할 새로운 용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아예 없애지 않는 한 환경부의 정책에 따르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맥주 용기로 갈색 페트병을 쓰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세계 1위 맥주 회사인 AB인베브의 경우 전세계 150여개 국에서 맥주를 판매하고 있지만 페트병으로 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한국과 러시아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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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사진. ⓒ뉴데일리DB
이는 한국인만의 음주 음용 문화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는 캔맥주나 병맥주를 각자 따로 들고 본인 것만 마시는 문화가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서로 잔에 술을 따라주고 건배하는 문화가 넓게 퍼져 있다"며 "때문에 용량도 많고 가격도 싸면서 모두가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는 페트병이 유독 한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갈색 페트병을 대체할 만한 다른 대용량 소재 사례가 해외에도 없기 때문에 주류업계 입장에서는 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연구해야 한다"며 "이러한 부담은 결국 제품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맥주의 품질유지를 위해 제한적으로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되 환경 분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맥주 페트병을 생산하고 있는 주류업계는 대안이 없으면 페트병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생산 맥주는 출고 가격의 절반 이상이 주세와 교육세, 부가세 등 세금으로 이뤄져 있다"며 "여기에 유색 페트병 사용으로 인한 환경 부담금까지 추가되면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남은 시간은 2년 남짓인데 결국 정부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은 일반 기업에 그 책임을 모두 떠넘긴 상황"이라며 "국내 주류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국내 주류 업계는 2중고, 3중고를 겪으면서 수입 제품과의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세금을 줄이기 위해 해외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해 국내로 역수입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7차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폐비닐 수거거부 대란의 근본적 재발 방지를 위한 관계부처 합동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오는 2020년까지 모든 음료수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꾸는 것을 포함해 대형마트 비닐봉투 사용 금지 방안과 커피전문점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부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