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생각 안하니까 ‘업무 효율 극대화-집중도 상승’”
  • 본지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될 삶과 근무환경의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 등 부정적 영향도 예상되고 있지만, 워라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기대반 우려반이 공존하고 있는 곳도 있다. 주52시간 시행이 가져올 각 분야별 변화를 기획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내 주요 정유사에서 근무 중인 A씨는 최근에 결혼한 유부남이다. 사원에서 이제 막 대리로 승진하면서 맡게 된 업무로 근무시간 내 일을 마치기가 쉽지 않아 오늘도 야근이 불가피할 것 같았다.

    오후 6시쯤 커피를 마시며 잔업을 처리하고 있는데 파일들이 저장되더니 시스템이 종료되기 시작했다.

    A씨는 순간 당황했지만 7월부터 시행되는 '6시 컴퓨터 오프제'의 시범 운영 안내가 문득 떠올랐다.

    A씨의 회사는 정부의 주당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워크 라이프 밸런스(워라밸)' 문화 확산의 일환으로 3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앞서 주 2회 시범서비스를 운영한 바 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시범 기간이라 다시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볼 수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시행돼서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니 어색한듯 해도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6시 PC오프제가 시행된지도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야근으로 넘어가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마쳐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지는 듯 하지만 그만큼 업무효율은 올라간 것 같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야근을 예상하고 업무 집중도를 느슨하게 하지 않고 집중도를 높인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물론 제도 도입 초반 며칠은 업무를해야하는데도 종료되는 컴퓨터앞에서 좌절도 했지만 점점 익숙해지며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있다고 A씨는 말했다.

    오후 6시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자 아직도 적응이 많이 된 A씨는 순간 또 놀랐지만 이내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나서 집을 챙겼다.

    최근 A씨는 6시 컴퓨터 오프제가 도입되고부터 퇴근후 12시 잠들기 전까지 이렇게 긴 시간이었나 놀랍기도 하고 하루가 정말 길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퇴근 후 저녁 약속을 위해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를 기다리게 하지도 않았다며 여가 시간 보장에 대한 높은 만족을 보였다.

    A씨는 업무 시간 단축으로 피해가 있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일과 여가 생활의 질이 높아지는 경험을 하고 있어 오히려 활력까지 되찾은 기분이라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