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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4선 국회의원이 롯데그룹 유통계열사 대표에게 직접 청탁한 정황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롯데그룹은 뇌물공여 혐의로 신동빈 회장이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된 재계 5위 대기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청탁을 했다는 명목으로 총수가 구속된 곳이지만, 여당 의원은 여전히 롯데그룹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청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5일 뉴데일리경제는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국회의원(제주시 갑)이 롯데그룹 유통계열사 대표이사에게 직접 연락해 김정문알로에를 잘 봐달라고 청탁한 내용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지난 5월 말 강창일 의원은 롯데 유통계열사 대표에게 연락했지만, 해당업체 대표는 회의 중이라며 끝나고 연락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김정문알로에 측에서 실무자가 만나러 간다고 하니까, 친절하게 만나주라고 얘기해달라고 청탁을 했다. 이에 해당업체 대표는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17, 18, 19, 20대 4선 국회의원으로 지역구는 제주시 갑이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이고, 한·몽골 의원친선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해 기업과 경제 분야에도 해박하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 당시에 롯데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동경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일본통이기도 하다. 때문에 롯데그룹에 대해 애정과 관심이 많고,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하면서 한일간 정치적 교류에도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롯데를 잘 알고 있는 강 의원이 지역 내 기업인 김정문알로에의 청탁을 받고 롯데 유통계열사에 청탁 혹은 정치적 압력을 가했다는 점이다.
김정문알로에는 2015년 5월 제주공장을 준공했다. 김제에 있던 공장이 모두 제주로 이전한 것이다. 김정문알로에는 제주도가 알로에 재배의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에 고품질 알로에를 재배하기 위해 이전한다고 밝혔다. 공장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해 강 의원의 직접적인 지역구는 아니지만, 당시 준공식에 강 의원이 참석하는 등 친분과 인연을 드러냈다.
강 의원이 김정문알로에의 실무자가 롯데 유통계열사와의 미팅이 원만히 이뤄지도록 힘써달라고 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표급 만남을 주선하는 것도 아니고, 실무자 만남까지 직접 청탁할정도로 강 의원과 김정문알로에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반증인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청탁을 부정청탁으로 총수가 구속돼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에게 직접 했다는 것은 여당 국회의원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강창일 의원은 기자와 지난 4일 직접 통화해 적극 해명했다.
강 의원은 “김정문알로에에서 찾아간다고 하니까 친절하게 얘기해주세요라고 했다”며 “그게 뭐가 잘못됐냐”며 반문했다. 이어 “김정문알로에는 제주도에 있는 기업으로 세금도 내고 고용창출도 하고, 무엇보다 청정제주를 적극 홍보하고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에 롯데 유통계열사 대표가 시간이 없어서 (김정문알로에 측을) 못만났다는 말도 언급했다.
특히 그는 “홈쇼핑에 대한 이미지가 안좋다. 모든 홈쇼핑이 갑질한다는 얘기가 많다”며 “중소기업에서 가면 겁을 많이 먹기 때문에 그래서 친절하게 얘기해주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기자는 신동빈 회장이 부정청탁 명목으로 구속수감된 롯데그룹의 총수인데, 그런 그룹의 계열사 대표에게 이런 청탁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냐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홈쇼핑 얘기를 하는데 신동빈 얘기를 왜 꺼내요”라며 발끈했다. 이어 “신동빈한테 전화한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냐”며 “상식적인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4일은 추미애 대표 등이 제주도에서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며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유세를 지원한 날로, 강 의원 역시 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바쁜 선거 지원 일정 속에서도 기자와의 통화로 본인의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강 의원이 청탁한 롯데 유통계열사 대표이사 부사장은 올해 1월 단행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2월 롯데백화점 전무에서 롯데 유통계열사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으며, 롯데백화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해당업체의 재승인이라는 미션 수행을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됐고, 이달초에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아 위기에서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