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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소기업들이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협력 분위기가 본격 조성될 것으로 보고 북한의 산림 조성이나 광산, 모래 등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잇따라 착수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북한과 교류가 재개되면 한반도 생태계 복원을 위한 북한 산림 재건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유한킴벌리는 1990년대 말부터 고성 등 북한 지역에 양묘 지원 사업을 해오다 남북 관계 경색으로 2009년 이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비무장지대뿐만 아니라 북한 산림 황폐지 복구를 위한 나무 심기 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나무는 육성기간이 필요한 만큼 일단 민간인통제구역이나 비무장지대에 나무를 심고 남북 협력이 가능해지면 북한의 숲 복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한킴벌리의 이 같은 계획은 35년간 지속해온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한 사회공헌활동 목적뿐만 아니라 남북 경제 협력이 활성화되면 화장지 등 북한의 생활용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남북 경협이 열리면 국내 대다수 기업이 북한 진출을 희망할 것"이라며 "한반도 생태계 조성사업을 발판으로 북한으로 시장을 넓히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자원개발 사업 등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도 있다.
중견 SM그룹도 북한 광산과 모래 등 자원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SM그룹 소속 계열사로 국내 유일의 철광석 광산을 보유한 한덕철광은 북한 철광석 광산 개발에 관심이 높다. 채광 기술과 설비 노하우, 고품질 철광석 생산기술 등을 앞세워 북한 광물자원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북한의 철광석 매장량은 50억톤으로 추정되지만, 연간 생산은 200만톤으로 저조한 실정이다.
경남기업과 동아건설산업은 토목 플랜트 기술 보유 건설사로, 북한 건설시장 선점을 목표로 대북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동아건설산업은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따른 남북 경제협력 추진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 1997년 8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경수로 건설산업 등 북한 지역 공사실적이 국내 건설사 중 4위(539억원)로, 대북 전력사업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경남기업 역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어 대북사업에 최적의 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꼽힌다.SM상선도 북한의 광물과 현지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한 물자를 실어 나르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 수출물동량 증가와 경제 활성화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환동해·환서해 경제 벨트를 중심으로 서비스 노선 개설과 터미널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SM그룹 측은 "남북 교류 정상화를 전제로 우수 인적자원과 특화된 기술, 경영 노하우를 집대성할 분야에서 윈-윈 할 수 있는 대북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의 핵심인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한세예스24홀딩스의 비상장 자회사 '동아출판'은 남북 경제협력 여건이 조성되면 개성공단 입주를 고려하고 있다.
출판업이 노동집약적인 사업인 만큼 인건비가 10분의 1 수준으로 싼 개성공단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낫다는 판단에서다. 동아출판의 서울 편집과 안산 인쇄·물류센터에서는 모두 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32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업이익 78억원과 순이익 52억원의 영업성적을 거둬들였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한다고 전화로 문의하는 기업들이 하루 20여곳에 이른다"며 "공단이 재개돼 2~3단계 공사가 이뤄지면 추가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아산은 2002년 12월 개성공단 65.7㎢에 대해 50년간 토지이용증을 취득했다. 개성공단 안에서는 1단계 조성공사만 끝낸 상태로, 2~3단계 공사가 남았다. 현대아산은 2004년 4월 1단계로 100만평 조성 공사에 착수해 2005년 8월 1차 5만평 등 세 차례에 걸쳐 분양했으나, 일부 미분양 물량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