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판으로 치닫고 있던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갑작스러운 외풍이 불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 잇따라 포스코 CEO 승계카운슬에서 진행하는 비공개 선임 과정과 적폐 세력들과의 연관성을 지적하면서 판을 흔들고 있는 것.
정작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본인들의 입김을 넣으려는 의도라며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선정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CEO 승계카운슬은 지난 20일 8차 회의를 통해 후보 6명 중에서 면접 대상자 5명을 최종 확정했다.
오는 22일쯤 임시 이사회를 열어 면접 대상자가 5명으로 압축됐음을 보고하고, 이사회 승인이 나면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이들 후보 5명에 대해 다음주초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면접 이후 다음주 내로 최종 후보 1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8월까지 임시주총을 열고 차기 회장을 확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승계카운슬의 8차 회의 진행에 앞서 정치권에서는 좌담회와 기자회견 등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 선출에 문제를 제기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막바지 과정에서 갑자기 판을 흔들며 무효를 주장한 셈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포피아가 포스코를 사유화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불투명한 승계카운슬을 해체하라”고 말했다.
정민우 전 포스코 대외협력팀장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개입설까지 주장했다.
포스코바로세우기 시민연대는 “포스코 경영권 승계에 대한 수사 의뢰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과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도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을 선출하려 한다”며 “지난 10년간 포스코를 거덜 낸 적폐세력들이 다시 포스코를 움켜쥐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문제제기에 포스코 안팎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업 회장 선임 절차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냐”며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이 개입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짬짜미라고 지적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승계카운슬 구성원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사외이사 7명 중에서 위원장급 5명을 승계카운슬로 구성한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던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후보 압축 과정을 진행했는데 이들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면 어떻게 더 공정할 수 있느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포스코는 전임 회장 및 임원 모임인 중우회와 직원 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에 후보추천을 의뢰했을 때 양쪽 모두가 현재 진행중인 CEO 선임 절차에 대해 신뢰와 지지를 표하면서 후보추천을 자제하기로 했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회장 후보들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또 다른 외압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권오준 회장이 여전히 개입하고 있다거나 과거 정권의 실세들이 입김을 넣고 있다는 등의 얘기로 판 자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 외압이고 외풍이라는 얘기다.
경기 막판에 게임 자체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문제 제기는 최종 결과를 지켜본 뒤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매번 회장 선임부터 사임까지 각종 정치적 외풍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 포스코가 이번에도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면접 대상자 5명에 누가 선정됐는지 아직까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포스코 오인환 대표이사 사장과 장인화 사장, 포스코에너지 박기홍 사장, 포스코건설 이영훈 사장, 포스코켐텍 최정우 사장, 포스코경영연구원 강태영 전문위원(사장급), 김준식 전 사장, SK이노베이션 구자영 부회장,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조석 전 지식경제부 차관, 정철길 SK 부회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