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입 다문 조양호 회장… 한진그룹,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초긴장'

갑질 사태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구속 위기에 직면했다.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등 3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구속여부가 이르면 오늘(5일) 결정된다. 조양호 회장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5일 오전 10시 25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했다.

굳은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조 회장은 구속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 없이 법원으로 들어섰다.

김영철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전 10시 30분 조 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조 회장은 영장 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현재 조 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늘 밤, 늦으면 6일 새벽쯤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 11개 사법 및 사정기관, 조 회장을 벼랑끝으로 몰아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금융계좌에 잔고 합계가 10억원이 넘는데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지난 2014년 조 회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 처남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을 당시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불한 정황과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 자녀들이 이른바 ‘통행세’를 받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며 자녀에게 한진그룹의 계열사 주식을 싸게 사들였다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등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검찰은 2000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개설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놓고 약사법 위반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특경법상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단 상속세 포탈 부분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영장 범죄사실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조 회장과 그의 남매들이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한진그룹 조사 및 수사에 경찰‧검찰‧관세청‧법무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교육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농림축산검역본부 등 11개 사법‧사정기관을 총 동원하고 있다.

◇ 중장기 투자 등 경영계획 수립 차질

한진그룹은 총수 구속 시 경영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조 회장이 구속될 경우 내년부터 한진그룹 투자가 주춤할 전망이다. 사업 전반의 최종결정권자인 총수 부재로 중장기 사업 전략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하소연이다.

대한항공은 작년에 이어 올해 1000여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할 방침이다. 올해 16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예정이며 내년에도 2조 규모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1317억원으로 전년대비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회사 영업이익은 1768억원으로 전년대비 4.3% 감소했다.

총수일가의 연이은 파문으로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 또한 폭락했다.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지난 1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대한항공 브랜드순위는 11위에서 36위로 25계단 하락했다. 지난 2014년 ‘땅콩 회항’사건 당시에는 45위까지 떨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