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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두 나라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중 간 보복관세 폭탄이 국내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전자, 기계 부품 등 국내 기업이 중간에 수출하는 중간재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화장품 및 유통업계와 면세·관광 업계는 단기적으로 직접적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할 경우 중국 내수 경기 악화로 인한 2차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을 바라보는 불안한 유통가의 분위기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미중무역 전쟁이 발발하면서 해외 사업 확대를 계획했던 국내 유통기업들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향후 양국의 대립이 해외 사업 확장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일단 사업 효율화에 집중하면서 상황을 관망하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간 2000억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 위안화 가치가 3년 만에 대폭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조치로 중국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난 2015년과 같은 신흥 시장의 침체기가 도래할 수 있다며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유통기업들은 지난해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본토 내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신흥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여파가 동남아 시장 침체로 이어질 경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와 신세계는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신흥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1997년 진출한 중국 사업을 20년 만에 완전 철수를 결정하고 중국 상하이에 있는 매장 5곳을 태국 CP그룹에 일괄 매각했다. 이마트가 소유한 시산점도 현재 영업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롯데 역시 연내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를 결정하고 지난 4월 북경 화북법인(마트 10개, 슈퍼 11개)을 중국 유통기업 우메이그룹에 처분했으며, 5월에도 상해 화동법인을 리췬그룹에 2914억원에 매각했다. 화동법인 소속 중국 상해와 강소 지역의 롯데마트 점포 74개 가운데 53개가 매각 대상이다. 남은 21개도 폐점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 사업을 포기한 대신 양사는 동남아 거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부터 말레이시아 유통 기업인 'GCH 리테일'에 자체 브랜드인 'e브랜드' 상품을 수출하고 몽골에는 지난해 7월 수도 울란바토르에 이마트 1호점을 개장했으며, 연이어 9월에도 울란바토르 2호점을 오픈하는 등 동남아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도 2020년까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총 169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2017년 기준 4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는 2019년 67개, 2020년 82개로 점포를 확장할 예정이며, 베트남 역시 2019년 55개, 2020년 87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신흥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이러한 사업 진행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해외 사업 확장에 집중했던 GS홈쇼핑도 이러한 국제정서와 복합적 사정이 맞물려 올해 해외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내실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GS홈쇼핑은 지난해 터키에서 합작 사업을 중단했으며, 인도에서는 GS홈쇼핑의 합작법인(JV) '홈숍18'이 CJ오쇼핑의 인도 JV였던 '숍CJ'를 합병하는 등 운영비용 효율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해 대규모 해외 사업 투자도 현재까지 계획되지 않았다.
이러한 유통기업들의 판단은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가 향후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의중에 따른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들이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어 타격이 적을 것으로 본다"라며 "다만 환율 변동까지 상황이 확대되면 해외 사업은 물론, 국내 사업까지 악영향이 예상된다. 일단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하려는 것이 기업들의 내부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