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증손회사 지분문제 해결지주사 전환까지 금융계열사 하이투자증권 매각 과제만 남아…"승인 확실시 전망"
  •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사실상 마무리 지으면서 오너의 경영권 승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최근 경영 전반에 나선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능력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조기 완료하면서 승계 절차를 밟고 있는 정기선 부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정 부사장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2일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투자회사를 현대중공업이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의 증손회사였던 현대미포조선이 손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중 하나인 증손회사 지분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앞서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은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지주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1년 9개월 만에 어엿한 지주회사 면모를 갖추게 됐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를 통해 그룹의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작업도 순항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91.1%를 보유한 핵심 자회사다. 현대오일뱅크 IPO가 마무리되면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주요 자금 수단이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완벽한 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 이제 남은 과제는 하나뿐이다. 바로 금융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는 것.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를 소유하지 못하지만, 현재 현대미포조선은 하이투자증권 지분의 85.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11월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위해 DGB금융지주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뒤 현재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남겨놓고 있다. 인수 여부를 바라보는 업계 전망은 긍정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의 승인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내달까지는 인수 여부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반응이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남은 과제는 금융자회사 하이투자증권 매각으로 9월 금융위 승인절차만 남았다"며 "조선 계열 3사의 잠재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씻겨내고 수주 확대와 턴어라운드라는 본업가치가 필요한 때"라고 평가했다.

    이제 공은 정기선 부사장에게 넘어왔다.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면서 회사의 명운을 어깨에 짊어지고 스스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정 부사장은 아버지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가 2002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그는 현재 현대중공업 수주를 총괄하는 선박해양 영업부문장 뿐만 아니라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로보틱스 경영지원실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매입해 5.1%(83만1097주)로 늘어나면서 정몽준 대주주(25.8%), 국민연금(8.5%)에 이어 단숨에 3대 주주가 됐다.

    하지만 조선 업황 부진으로 정 부사장의 경영 능력 입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23일 해양공장 가동중단에 따른 희망퇴직 실시를 예고했다.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은 지난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설비를 수주한 이후 지금까지 수주가 전무하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7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영업이익 1484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이는 3분기 연속 적자다. 정 부사장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승계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들 승계 과정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정 부사장의 성과에 따라 경영승계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