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M&A DNA’ 그대로 물려받아… 하이닉스 ‘효자’ 노릇 톡톡사회적 가치 창출 매진…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면 사회로부터 외면 받아”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최종현 선대 회장 20주기 사진전’ 제막식에 참석했다. ⓒ정상윤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최종현 선대 회장 20주기 사진전’ 제막식에 참석했다. ⓒ정상윤 기자
    재계에서 ‘인수합병(M&A) 승부사’로 통하는 최태원 SK 회장이 다음달 1일 취임 20주년을 맞는다. 최 회장은 그간 굵직한 인수합병 등으로 SK의 자산 및 매출규모를 5배 이상 성장시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자산과 매출 규모는 최태원 회장 취임 직전인 1997년 각각 34조1000억원, 3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92조6000억원, 152조원으로 늘었다. 재계 순위 역시 5위에서 3위로 뛰었다.

    SK의 성장 배경에는 최 회장의 안목이 있다. 그는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의 ‘인수합병 DNA’를 물려 받아 SK의 몸집을 키웠다.

    최종현 선대 회장이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것처럼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다. SK에 편입된 하이닉스는 현재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반도체 소재 ▲바이오·제약 ▲공유경제 등에 집중하고 있다. SK가 미래먹거리로 점찍은 분야인 만큼 관련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이 중 반도체 소재 분야는 LG에서 인수한 실트론과 OCI에서 인수한 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얼개를 갖췄다.

    최 회장은 SK의 외형적 성장과 함께 내실 다지기에도 주력했다. 최종현 선대 회장이 조직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한층 발전시켰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로 전사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을 협의하는 조직이다. 각 계열사는 수펙스추구협의회가 합의한 내용을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아울러 사회적 가치 창출도 고집한다. 최 회장은 SK가 영속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양립이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한다. 그간 기업인들이 경제적 가치에만 집중해왔지만, 시대가 변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지 못하면 소비자와 사회, 주주로부터 외면 받는다는 주장이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의 ‘첨병’ 역할을 맡아 ▲DBL(더블바텀라인) 구축 ▲공유인프라 활성화 ▲전문 사회적기업 육성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중 경영지표와 함께 사회지표도 수치화하는 DBL은 올해부터 SK 계열사 평가에 포함된다.

    최 회장은 올해 도출될 DBL과 내년도 측정분을 비교해 향후 방향성을 찾을 계획이다. 정확한 숫자를 통해 부족한 부분과 보완할 점을 파악해 SK만의 독특한 경영체계를 확립하려 한다.

    그는 본인을 기업경영에는 ‘프로’지만 사회적 가치 창출에는 ‘아마추어’라고 평가한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고는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것. 최 회장은 SK를 사회적가치의 대표주자로 성장시켜, 다른 기업들도 동참해달라는 메시지를 재계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