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신흥국 불안 등 국제시장 또 흔들" 진단두 달 연속 '소수의견' 등장…금리 인상 불씨 켜지나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DB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DB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초부터 언급했던 성장과 물가에 따라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축소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두 달 연속 소수의견이 등장하면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불씨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지난달 전망했던 경기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물가 역시 중기적 관점에서 1%대 후반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물가상승률이 1%대 중반인 것은 전기료 외에 건강보험료 보장성 강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정책에 따른 하락 효과가 레벨을 낮췄다"면서도 "유가와 환율 상승 영향 등 기저효과까지 종합하면 4분기에는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제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표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과 신흥국의 금융 불안 등으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어서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리를 올리고 난 뒤 완화 정도를 줄이겠다고 언급했지만, 그 후 대외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커졌다"며 "연초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현실화되면서 4월엔 신흥국 불안, 6월엔 무역분쟁이 심화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이든 물가든 경제 흐름에는 상·하방 리스크가 양방향으로 늘 같이 존재한다"며 "무역분쟁이나 고용 부진 등은 성장을 낮추고, 제정정책 운용이나 주요 대기업의 투자 확대 등은 경기를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도 올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전망치를 2.9%로 제시한 바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전망에 비해 상·하방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불확실성 전개 방향을 좀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한 뒤 9개월째 움직이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이일형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축소할 시기라는 주장을 연속 호소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대로 경기 흐름과 물가 성장세가 전망 경로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연내 한 차례 정도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올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아있다.

    1500조원을 눈앞에 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금리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더 이상의 축적은 방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나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 등으로 그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차주의 소득이나 차익자의 자산에 비춰본 상환 능력도 견실하고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총량 수준이 여전히 높고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만큼 현재 금융 불균형이 가장 높은 단계인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최근 고용상황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부진한 것으로 내다봤다. 7월 고용 증가 폭은 5000명대에 그쳤다.

    이주열 총재는 "일부 업종의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 산업‧인구구조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며 "지금까지 실적이 예상을 밑돌기 때문에 올해 취업자 증가 규모는 지난달에 봤던 18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으로 고용 부진, 집값 상승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성장과 물가로 대표되는 총 수요를 안정시키는 수단"이라며 "고용과 주택시장 문제는 경기 요인보단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