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관세 25%, 2021년 철폐 예정서 2041년까지 20년 더 유지브랜드별 안전기준 허용 쿼터, 연간 2만5천대서 5만대로 증가
  • ▲ 현대차의 픽업트럭 콘셉트 '싼타크루즈'ⓒ현대차
    ▲ 현대차의 픽업트럭 콘셉트 '싼타크루즈'ⓒ현대차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대한 결과가 공개되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많은 양보를 한 것처럼 보여지지만, 실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픽업트럭 진출 계획에는 제동이 걸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밝힌 한미 FTA 개정안 협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자동차로, 국내 산업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당장 픽업트럭으로 북미시장을 진출하려던 현대차에 이목이 집중된다. 

    현대차는 2020년쯤 북미시장에 픽업트럭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경수 현대차 북미법인장이 지난달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내용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15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픽업트럭 콘셉트 '싼타크루즈'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2021년 1월 철폐 예정이던 픽업트럭 관세 25%를 20년 더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픽업트럭에 부과되는 관세가 20년간 더 유지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상당히 불리한 탓이다.

    그럼에도 북미시장에 픽업트럭을 진출하려면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현지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 역시도 부품 조달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쌍용차도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 등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북미시장의 픽업트럭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차라리 잘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팀장은 “일본 조차도 시장점유율이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유럽 브랜드의 진출을 막기 위해 미국이 장벽을 높이 세우고 있다”며 “싸게 팔아서 적자를 보는 것을 감수하지 않은 한 진입이 쉽지 않았던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판매 중인 미국 수입차 경우에도 업체별로 연간 5만대까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 시 한국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2만5000대에서 두 배가 증가한 것이다. 미국산 AS용 자동차 부품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표면적으로는 미국 자동차들의 수입이 늘어나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의미가 없는 수치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미국 브랜드 중에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게 포드인데, 지난해 판매량은 1만727대에 불과하다. 이어 크라이슬러 7284대, 캐딜락 2008대 순이다.

    한국지엠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쉐보레 일부 차종인 볼트 EV, 볼트(PHEV), 카마로의 지난해 총 판매량은 1136대에 그쳤다. 올해 출시한 이쿼녹스도 판매가 부진해 큰 의미가 없다.

    결국 브랜드별 쿼터를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렸어도 실제 판매량이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피해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이 향후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경우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정부는 한미 FTA와 별개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자칫하면 미국 자동차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한국 정부는 FTA 개정에서 자동차 분야에서 많은 양보를 했다는 것을 최대한 어필함으로써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불똥을 막아보겠다는 방침이다.

    이항구 팀장은 “전체적으로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가 표면적으로 자동차 분야가 많은 양보를 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로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쿼터를 통해서 물량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어느 정도의 쿼터를 확보하느냐가 실질적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