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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적인 부동산대책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대출·세금 규제를 비롯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규제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전혀 다른 부동산대책이 나오면서 오히려 시장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동산시장이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의 이념 싸움터로 변질되면서 집값만 요동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현재까지 부동산대책의 흐름을 되짚어보고 실제 집값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자.
참여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각종 부동산규제 정책을 쏟아냈다. 소유 부동산의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신설됐고 분양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분양가상한제를 부활시켰다.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했고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구 제도를 마련했다. 나아가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제도도 만들어 은행들의 무차별적인 주택담보대출을 사전에 차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강력한 부동산규제에도 부동산시장을 잠재우지 못했다.
12일 KB부동산리브온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2월부터 임기가 끝난 2008년 2월까지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4.2%에 달했다. 서울 집값은 이 기간 42.9%나 뛰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강남·목동·분당 등 일명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가격이 폭락했다. 한때는 '반값세븐'이라 불릴 정도로 절반 이상 가격이 하락한 단지도 생겨났다.
이에 MB정부는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매제도 완화, 취득세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적 완화,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해제 등 갖가지 완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MB정부 5년 동안 전국 집값은 13.1% 올랐고 서울 집값은 2.0% 오르는데 그쳤다.
오히려 전셋값만 폭등했다. 이 기간 전국 전세가격은 31%, 서울 전세가격은 28.6%씩 각각 올랐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니 집을 매매하기보다 전셋집을 선호했던 탓이다.
박근혜 정부도 부동산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어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는 취득세를 전액 감면했으며 신규 아파트나 미분양 아파트 구입시 양도소득세를 5년간 전액 면제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아파트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지지구 개발을 막고 집 살 때 내야하는 취득세도 절반 가량 영구 인하했다.
더 나아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마저 폐지하고 LTV와 DTI 규제마저 완화해버렸다. 갖가지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8.7%로 MB정부에 미치지 못했지만 서울 집값은 7.6%로 일부분 회복했다는 평가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다시 부동산 시장에 규제의 칼날을 꺼내들었다. 서울과 과천, 세종 등 집값이 폭등하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분양권 전매를 사실상 금지시켰다. LTV와 DTI가 강화되고 손쉽게 빌릴 수 있었던 중도금 대출도 막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부활시켰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1년여 남짓한 기간 전국 주택가격은 2.5% 올랐고 서울 주택가격은 8.7%나 상승했다. 이로 인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가격은 2017년 6월 6억원에서 지난 8월 기준 7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이렇듯 각 정권의 부동산대책은 당시 부동산시장 분위기와 대외여건을 감안해 필요한 정책이었을지 몰라도 결과는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혼선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현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방은 미분양주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서울 집값이 상승한다고 강력한 규제대책을 내놨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부동산 시장이 한 순간에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부동산은 심리적인 측면이 커서 정부 정책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정부 의도대로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부동산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