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출범 전 임시열차 운행 가욋돈 챙겨… 최장파업 1000억 인건비도 세이브철도전문가 "SR 출범후 전체 이용객 증가… 코레일 논리는 비교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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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철도전문가는 코레일 적자 전환을 SR 출범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한다. 단순비교하지 말고 당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4년 만에 적자 전환
18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 2월 말 국회에 낸 업무현황보고에서 지난해 5267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공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2014년 1034억원, 2015년 1144억원, 2016년 1539억원의 흑자행진을 이어가다 적자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결손액이 커진 것은 코레일이 올 1월 1심 판결이 난 통상임금 관련 소송비용 4433억원을 지난해 결산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를 빼면 영업 관련 결손액은 2373억원쯤이다. 오 사장은 취임 한 달을 맞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흑자 내던 코레일이 지난해 SR 분리 이후 2500억원쯤 영업적자를 냈다"며 "재무구조가 악화해 이를 메꾸려면 벽지노선과 일반철도를 줄여야 한다.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역설했다. -
고속철도 전문가는 코레일의 지난해 영업이익 비교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코레일이 SR 출범 이전에 대신 구매했다가 넘겨준 SRT 22편성의 임시 운행 수익이 첫 번째 비교 오류로 거론됐다.
철도전문가 설명으로는 2014년 코레일은 50% 정부 지원을 받아 SRT 22편성을 대신 샀다. SR 출범 전이었고, 기획재정부가 열차 구매 경험이 있는 코레일이 발주를 맡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SR은 22편성을 코레일로부터 빌려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들 열차는 코레일 게 아니다. 코레일은 명목상 소유주일 뿐 원래 SR이 실제 사용자다. 코레일은 원칙적으로 이 열차를 사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SR 출범이 애초 계획보다 늦어져 호남선이 먼저 개통했고 호남선 수요가 생각보다 많아 KTX 좌석공급이 부족하자 코레일은 2015년 4월부터 SRT를 운행노선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열차가 부족한 상황에서 SRT를 놀리느니 활용하는 게 낫다는 논리로 철도 당국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SR이 2016년 12월 출범할 때까지 코레일이 운행노선에 SRT를 추가로 투입해 거둔 이익은 1년6개월 간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코레일이 2016년 1539억원의 흑자를 낸 배경이다. SRT 22편성은 SR이 출범하면서 자동으로 KTX 운행노선에서 빠졌다. 고속철도 전문가는 "호남선 등에 임시로 투입했던 SRT가 빠지면서 그만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자연 감소분을 SR 출범 탓으로 돌려 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
2016년 72일간 계속된 역대 최장기간 철도노조 파업도 단순비교 오류를 일으킨 변수로 꼽힌다.
코레일은 파업 기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했다. 당시 파업참가 노조원에게 원칙대로 계산한 급여명세서를 통보해 현장 복귀를 압박하기도 했다. 노조원 공백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막았다.
파업 기간에 지출되지 않은 7000여명의 인건비 규모는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고속철도 전문가는 "당시 비노조 대체 인력에는 상대적으로 싼 추가 수당을 줬다"며 "2016년 코레일이 역대 최고 매출액을 달성한 배경에는 최장기 파업 기간 지출되지 않은 인건비도 한몫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파업으로 인건비 지출이 줄었던 2016년과 인건비를 오롯이 다 쓴 지난해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오류를 짚었다. -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R은 5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 420억원, 순이익 320억원이었다.
SR은 개통 단계에 맞춰 정부의 50% 지원도 없이 열차 10편성을 추가로 샀다. 운행 중인 SRT는 총 32편성이다. 산술평균으로 계산하면 애초 코레일로부터 넘겨받은 22편성의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68.7%인 3987억원쯤이다. 2016년 SRT를 KTX 노선에 투입해 추가 수익을 올렸던 코레일로선, 지난해 고속철도 분리 운영으로 말미암아 예상 기대수익 4000억원을 SR에 뺏겼다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손익계산서상 지난해 감소한 코레일 영업이익은 25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또한 코레일은 지난해 SRT 22편성이 운행 목록에서 빠지면서 열차운행 비용이 줄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내는 선로사용료는 922억원을 덜 냈고 전력비도 66억원쯤 아꼈다. SR로부터는 열차 정비와 차량 임차료 등으로 1329억원의 위탁수수료도 챙겼다. 고속철도 전문가는 "실제 결손액(2500억원)과 절감한 비용, 수수료를 고려하면 지난해 SR 출범으로 코레일이 입은 손실은 150억~200억원쯤에 불과한 것으로 계산된다"고 부연했다. -
일각에선 이렇듯 고속철도 분리 운영에 따른 손실이 미미한 데도 코레일이 큰 폭의 적자를 주장한다면 부활한 KTX 마일리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코레일은 SR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2016년 10월부터 KTX 마일리지를 부활했다. 결제금액의 5%를 기본으로 적립한다. 코레일이 지정하는 승차율 50% 미만의 열차는 10%까지 적립금으로 돌려준다. 당시 코레일은 이런 '더블적립 열차'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기존 할인상품의 할인 폭도 키웠다. 청년층 대상 '힘내라 청춘'은 40%까지 할인율을 확대했다.
문제는 마일리지가 현금과 다름없다는 점이다. 열차표 구매는 물론 취소 수수료를 대신 낼 수도 있고 전국 역사 내 738개 매장에서 남은 1원까지 현금처럼 쓸 수 있다.
고속철도 전문가는 "지난해 KTX 이용객은 하루평균 16만명으로, SRT 22편성을 함께 운행했던 2016년보다 1만4000명밖에 줄지 않았다"며 "SR 출범으로 전체 고속철 이용수요가 늘었다고 보는 게 맞다. 코레일은 적자를 SR 탓으로 돌리지 말고 차량을 더 사서 중련편성으로 좌석 공급을 늘려 수익을 올리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