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수출, 미국의 5배… 수출기업 ‘경계' 태세“소비심리 위축으로 지갑 닫힐까”… 도미노 금리인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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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신흥국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이 올해 세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해 신흥국의 자본유출 등 위기감이 높아져 득실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2.0~2.25%로 높이자, 이에 따른 후폭풍을 막기 위해 분주하다.

    미국 기준금리가 2%대를 넘은 것은 지난 2008년 10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10년 만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배경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연준은 지난 3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8%로 0.1%포인트 높였다. 이어 이번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3.1%로 0.3%포인트 상향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2.2%에 머물렀지만, 하반기 들어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기준금리와 함께 성장률 전망치도 높인 것.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수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강세와 함께 원화 약세가 나타난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국내기업의 대미 수출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 판매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국 수출에는 ‘악재’다. 미국 금리인상은 브라질과 터키 등 신흥국의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가져와 외국 투자자본의 자금 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즉 신흥국에 경기침체를 야기해 현지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국내기업의 수출이 줄어들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 비중은 미국 보다 5배 가량 많다. 우리나라의 대 신흥국 수출비중은 지난해 57.3%다.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은 12.0%다. 우리 수출구조가 미국과 중국에서 신흥국 중심으로 변화된 것.

    무역협회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국내 수출경쟁력에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러나 신흥국 경제가 악화돼 장기적으로 볼 때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협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수출에서 무선통신기기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분야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원재료 가격상승이 수출 감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미국 금리인상이 당장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 미국과 신흥국 등의 소비심리나 경기에 변화를 줄 수 있어 향후 상황을 지켜보는 등 경계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미국 금리인상이 현지 차량 판매에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역시 우리나라처럼 할부금융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할부금리 인상을 초래해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신흥국 소비침체가 현지 시장에서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국내 소비심리도 위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리나라와의 미국의 금리 차는 0.75%포인트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도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여, 국내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이 당장 판매량 및 매출액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와 신흥국의 금융시장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며 “도미노처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와 신흥국의 금리가 오르면 지금보다 소비자의 지갑이 굳게 닫힐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27일 오전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반응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급격한 금리인상을 경계하며, 당장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