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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은 그간 연휴 기간내 중노동의 대상인 주부를 대상으로 회자 됐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감 뒤에 최근 들어 청·중장년층, 남녀노소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사회양극화, 취업난 및 실업률 증가 등 가계경제가 악화되면서 각 세대별 추석연휴를 보내는 양상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 추석, 나에게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왔는지 각 세대별 연휴 천태만상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註>주부 이현주 씨(35세)는 긴 명절 연휴가 달갑지 않다. 추석 이틀 전 시댁에 도착해 차례 준비에 아이들까지 챙기느라 피로감이 더해져서다. 대체 휴일로 연휴가 길어지면서 시댁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고, 피로가 쌓이면서 명절 내내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이 씨는 “시어머님이 연휴가 긴만큼 일찍 오라고 해 시댁에서 이틀간 머무르게 됐다”며 “이틀 동안 집안일과 육아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지만 내색을 할수 없어 두통약을 먹으면서 버텼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기혼 남성들 역시 장거리 운전으로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가족들 눈치보기 바쁘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부모님 용돈을 챙기는 부담이 있는 데다 명절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아내의 기분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 3년 차 강진구 씨(남, 38세)는 “명절에는 운전도 힘든데 이런 저런 이유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싸우게 돼 피곤하다”며 “아내는 어머니로에게 들은 얘기로 상처 받았던 것을 얘기하고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비위를 맞추느라 진땀을 흘린다”고 토로했다.
결혼 2년차 맞벌이 주부 김지연 씨(36세)는 명절 후 쇼핑몰을 찾았다. 시댁 방문에 명절 음식 준비, 가족 행사 등으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자위책이다.
김 씨는 “연휴 기간 10간 넘게 차를 타고 시댁에 가서 어른들 눈치를 보며 일한 탓인지 피부가 거칠어졌다”며 “명절 후 몸과 마음이 지친 나를 위해 화장품과 옷을 여러 차례 구매했다”고 말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 전후로 고통을 호소하는 30대 기혼자들의 한숨이 짙다. 장거리 이동과 집안일 스트레스와 각종 가족 행사에 따른 지출 등이 부담이 되는 탓이다.
명절 선물부터 차례상 준비, 가족들의 지나친 관심 등으로 머리가 아프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더욱이 결혼 초기 여성들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명절 제사음식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경험하면서 신경이 예민해질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사 문화가 없는 집안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댁에서는 '우리 집 만큼 명절 때 편한 곳도 없다'고 강조하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댁에서 하루 종일 보내며 편안하게 있을 수 없어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워킹 맘 안소라 씨(36세)는 “시댁에선 제사를 지내지 않지만 명절 때마다 다 같이 모여서 음식을 해 먹는다. 시댁에서 가만히 앉아서 쉴 수 없다 보니 명절 때마다 회사 당직을 자처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한 30대에게 명절은 부부간 갈등이 극대화되는 시기다. 부인은 명절 가사 노동과 시어머니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표출하고 이 과정에서 부부싸움도 일어난다. 싸우다 지친 부부들 사이에서 최근엔 아예 명절을 따로 보내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추석 명절, 시댁에 가지 않고 여행을 가는 사례도 있지만 이는 시댁과 사이가 나쁘거나 남편이나 부인이 출근 또는 출장을 가는 특수한 상황인 경우에나 가능한 얘기다. -
◇ 오죽하면 “명절 없애면 안될 까요?”…국민청원까지 등장
명절 기간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가사 노동, 피로와 휴식 부족 등으로 인해 생긴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뜻하는 ‘명절 증후군’은 매년 등장하는 단어다.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는 의미다.
어머니, 며느리, 딸 등 여성의 가사 부담은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실제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최근 1,170명을 대상으로 명절 성차별 사례를 조사한 결과 남녀 모두 '명절에 여성만 하게 되는 상차림 등 가사분담(53.3%)'을 1위로 꼽았다.
남성들이 꼽은 성차별 사례 1위도 ‘여성만 하는 가사분담(43.5%)'이었다.남성들도 명절에 여성에게 쏠리는 가사 분담을 문제로 본다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제사, 추석, 설 명절을 없애 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에 수백명이 동의했고 비슷한 내용의 글이 수십여개나 게재돼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명절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