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척들 잔소리에 “혼자 보내고 싶다” 해외여행 급증~명절 트렌드 변화 가속화 ‘자기 충전’ 우선
  • ▲ 황금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0월 26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대합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 황금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0월 26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대합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명절 증후군은 그간 연휴 기간내 중노동의 대상인 주부를 대상으로 회자 됐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감 뒤에 최근 들어 청·중장년층, 남녀노소에게 적지않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사회양극화, 취업난 및 실업률 증가 등 가계경제가 악화되면서 각 세대별 추석연휴를 보내는 양상도 급변하고 있다. 지난 추석, 나에게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왔는지 각 세대별 연휴 천태만상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註>

    올해 상반기 취업에 성공한 김지혜(27)씨는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았다. 취업 이후 첫 명절인만큼 부모님의 밝아진 표정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과거 명절마다 취업을 걱정하는 친척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부모님 역시 죄인이 된 것처럼 “요즘 취업이 얼마나 힘든데. 어차피 평생 일해야 할건데 천천히 준비 하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 일쑤였다.

    유학을 다녀오느라 졸업이 늦어지긴 했지만 명절만 되면 쫓기는 사람처럼 마음이 급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친척들이 돌아가면 부모님은 눈을 낮춰보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원하지 않던 분야까지도 지원해야 했다. 그 중 한곳에 운 좋게 합격했고, 더 이상 친척들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것이라 생각한 지혜씨의 예상은 시원하게 빗나갔다.

    취업 소식을 축하해주기도 전에, 30살이 되기 전 결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친척들의 우려가 돌아왔다. 나이를 먹으면 회복도 느리다며 아이도 빨리 낳아야 한다고 조언(?)도 덧붙였다.

    모은 돈도 없는데다, 지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회사는 어쩌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랐지만 지혜씨는 그저 씁쓸한 웃음을 지울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다. 이 때문에 명절에 귀향을 포기하는 '귀포족', 혼자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주진영(31)씨는 지난 설 명절 세대간 격차를 실감한 이후 이번 추석명절에는 ‘혼추족’을 택했다. 설 명절 가사 일이 집중되자 어머니는 아버지와 사소한 것으로도 부부싸움을 했고, 진영씨는 그 사이에서 눈치만 봐야했다.

    회사에서 나온 상여금과 모아놓은 용돈을 털어 부모님께 드렸지만 돈 이야기로 싸우는 부모님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뿐만 아니라 친척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끈질기게 물어왔다. 4년차 직장인이지만 진영씨가 성실하게 모은 돈은 서울의 투룸 전세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옛날이었으면 애가 둘은 있겠다”는 친척들의 말을 흘려듣기 힘들었다.

  • ▲ 추석연휴 기간 중 해외여행에 나섰던 여행객들이 30일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날에만 10만 6천여명이 입국했다. ⓒ뉴시스 제공
    ▲ 추석연휴 기간 중 해외여행에 나섰던 여행객들이 30일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날에만 10만 6천여명이 입국했다. ⓒ뉴시스 제공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20대 회원 11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알바생과 추석 스트레스' 설문결과에 따르면, 61.9%는 '추석을 혼자 보내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아르바이트(27.2%)'를 이어 '친척 및 가족들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서(23.4%)'가 2위를 차지했다. 20대 응답자 대부분(76.3%)은 명절 날 가족 및 친척들의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명절 간소화 움직임에 따라 젊은층이 명절을 인식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도 귀포, 혼추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르바이트나 여행을 선택하는 등 추석을 혼자서 더 잘 보낼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명절 연휴 젊은층을 중심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는 수요가 최근 수년간 크게 증가세 보이고 있다”며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 같은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