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글로벌 기업, 매년 기업보고서에 CSR 활동내역 공개파트너사 선정시 사회적 가치 점검… ‘기준치 미달되면 사업중단’
  •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5월 중국 상하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상하이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SK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5월 중국 상하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상하이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SK
    SK그룹이 주요 기업 보다 한발 앞서 유럽연합(EU)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문화를 도입한다. 계량이 어려운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하는 등 새로운 CSR 문화 형성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것.

    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은 취임 20주년을 맞아 올해를 ‘뉴 SK’의 원년으로 정하고,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이노베이션 등 주요 관계사를 중심으로 경영지표뿐만 아니라 사회지표도 수치화하는 더블보텀라인(DBL)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앞서 올해 도출될 DBL과 내년도 측정분을 비교해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창출 방향성을 확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족하거나 보완해야할 부분을 파악해 SK만의 독특한 경영체계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목적 중 하나는 유럽의 선진적인 CSR 시스템을 따르는 것이다. 유럽의 글로벌 기업은 과거부터 의무적으로 CSR 활동내역을 공개해왔다. 매년 기업보고서에 관련내용을 기재해 온 것.

    또 이들 기업은 파트너사 선정 시 상대방의 CSR 활동내역을 점검하고 관련 보고서를 요구한다. 사업 협력에 앞서 파트너사가 경제적 가치 창출에만 집중해 사회적 가치를 소홀히 하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사의 CSR 활동내용이 기준치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사업연계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심각할 경우 사업이 중단된 경우도 있다.

    유럽의 흐름에 따르기 위해 국내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 홍일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지난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기업의 기본 존립 목적이 이윤 추구에 있지만, CSR 활동 보고 등이 법으로 제정돼야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홍 위원장 등 자유한국당은 늦어도 내년까지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안 발효시 주요 기업들은 SK그룹의 선례에 맞춰 CSR 보고 의무화 추세를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SK 관계자는 “우리가 툴을 만들면 다른 기업도 한걸음씩 따라올 것”이라며 “다른 기업에 DBL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활동에 동참해달라고 많은 제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주요 관계사 CEO들은 오는 17일부터 나흘간 경기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열리는 ‘CEO 세미나’에 참석한다. CEO들은 각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실행방안을 발표하는 동시에 DBL 추진 상황 등을 보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