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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온 호반건설이 계열사인 호반(옛 호반건설주택)을 흡수·합병한다. 합병 호반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이 상위 10대 건설사를 위협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호반건설의 합병이 업계 판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과 호반은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합병비율은 호반건설 1대, 호반 4.5209109이다. 합병 후 존속법인이 되는 호반건설은 합병비율에 따라 호반 주주들에게 보통주 135만주가량을 신주로 배정한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호반건설과 호반의 주식 소유자가 모두 친인척,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표결에서 별다른 진통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합병기일은 11월30일로 예정됐다.
호반건설은 합병 이후 내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나서게 된다. 미래에셋대우, KB증권이 상장 대표주관사로 선정돼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송종민 호반건설 사장은 "상장 추진과 합병을 통해 개발 및 운영, 건설사업, 레저사업 등을 아우르는 종합 디벨로퍼의 지위를 견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반건설의 합병은 앞서 2014년 현대엠코와의 합병으로 시평순위 TOP 10에 진입한 현대엔지니어링 수준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건설(1조7859억원)과 호반(2조1619억원)의 시평액을 단순 합산하면 3조9478억원으로 이미 10위인 HDC현대산업개발(3조4281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특히나 현재 TOP 10 가운데 실적 부진이나 현장 사고, 유착 논란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설사들이 있는 만큼 호반건설의 진입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난 5월 지주사 HDC와 사업회사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하면서 시평액이 지난해 5조원에서 3조4280억원으로 반토막 난 상태다.
여기에 현대산업이 자체 주택사업의 매출을 인식하는 회계 기준을 변경하면서 실적 변동성이 커졌다. 자체사업의 경우 1차 중도금 납부 시점에 공사 진행률이 10%가 넘어가면 건설사의 지급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아 진행 기준이 아닌 인도 기준으로 매출을 인식하게 된다.
현산은 이러한 회계 기준을 따라 현재 입주 및 공사 중인 5개의 모든 자체사업 현장에 대해 인도 기준을 적용했다. 이는 곧 준공 현장이 없는 2018년 하반기에는 자체사업 매출이 급감한다는 뜻이다. 당분간 급격한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의 예상 연간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4조4216억원, 영업이익 350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매출은 36.1%, 영업이익은 45.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A투자증권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회계기준 변경이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분기별로 실적 변동성 확대와 예측 가능성 감소는 분명하다"며 "기존 실적 추정치에 비해 하향된 실적이 인식되는 시점이 2020년인 만큼 긴 호흡이 필요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합병 호반건설의 시평액과 거의 비슷한 SK건설(3조9578억원) 역시 입지가 위태롭다. 2015년 이후 시평액이 지속 감소하고 있는데다 수주잔액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만큼 2015년 이후 이어지는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호반건설의 실적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SK건설의 자리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 들어 준공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신인도 부분에도 타격을 입었다. 시평액에는 공사실적, 경영평가, 기술능력평가 외에 협력관계 평가나 신기술 지정, 재해율 등 신인도 평가도 포함된다.
앞서 지난 7월23일(현지시간)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州에서 SK건설이 시공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의 보조댐이 무너지면서 66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SK건설의 조기행 부회장도 이와 관련된 부실시공 의혹 등으로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사업으로 커온 중견건설사가 TOP 10까지 진입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룹을 업고 있는 한화건설, 현산, SK건설 등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만큼 앞서 2006년 SK건설, 2014년 현대ENG 등이 진입할 때 이상의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호반이 이번 합병, IPO와 더불어 사업다각화도 꾀하고 있는 만큼 성장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