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비계·스티로폼 탓 불길 번져…국내 건축물도 화재 취약2012년 건축법 개정 이전 가연성 '드라이비트' 외벽 마감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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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화재 현장. ⓒ연합뉴스
현재까지 44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웡 푹 코트(Wang Fuk Court)' 아파트 화재참사 원인으로 외벽 대나무비계와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가 꼽히고 있다. 2017년 무려 72명이 목숨을 잃은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참사도 당시 외벽에 씌어진 알루미늄 등 가연성 외장재 탓에 불길이 겉잡을 수 없이 번졌다. 국내에서도 과거 건축물을 지을때 가연성소재를 사용하는 사례가 잦았고 이로 인한 화재와 인명피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2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홍콩에서 30년만에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이번 화재는 보수공사를 위해 건물 전체에 설치된 대나무비계가 원인으로 파악된다.홍콩은 철골 대신 대나무를 케이블타이로 엮어 작업발판을 만드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대나무는 금속보다 가볍고 저렴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다.이에 홍콩 정부도 지난 3월 대나무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내화강철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관련업계 반발 탓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비계 외 외벽 창문을 둘러싼 스티로폼 자재와 방수포, 비닐시트 등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파트 외벽을 둘러싼 가연성 소재들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건물 전체가 '불기둥'이 된 셈이다.8년 전 그렌펠타워 화재참사도 가연성 외장재가 인명피해를 키웠다.런던 서부 켄싱턴에 위치한 이 건물은 1970년대 지어진 24층 임대아파트다. 화재 발생 수년전 진행된 개조공사 당시 비용 절감을 위해 복합 알루미늄 패널과 폴리에틸렌 클래딩(마감재)을 건물 외장재로 사용했다.이후 영국정부는 고층아파트 등 신축건물 건립시 복합 알루미늄 패널과 플라스틱, 목재 등 가연성 소재 사용을 전격 금지했다.한국도 적잖은 노후 건축물들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있다. 2012년 3월 건축법에서 30층이상 고층건축물에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금지했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대형화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대표적인 예가 2015년 1월 사망 5명, 부상 125명 등 피해를 낸 경기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사고다.의정부 아파트 화재는 드라이비트 공법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드라이비트는 외벽과 내벽 사이에 단열재를 끼워넣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단열재를 곧바로 외벽으로 사용하는 공법이다. 통상 공사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한 이피에스(EPS) 단열재가 주로 사용됐다. 이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르는 방식이다. 스티로폼은 화재 발생시 불길이 번져오르는 연료가 될 수 있다.정부는 2015년 건축법을 재차 개정해 6층이상 또는 높이 22m이상 건축물은 외벽 마감재로 불에 잘 타지 않는 준불연재료를 쓰도록 구체화했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소급적용을 받지 않았다.2017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도 의정부 화재와 같은 드라이비트 외벽이 원인으로 지목됐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스티로폼이 주재료인 드라이비트는 가격이 불연성 외장재 3분의 1 수준으로 싸고 외벽에 부착하기만 하면 돼 시공기간도 단축된다"며 "지금은 법 개정으로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과거엔 빈번하게 사용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지난 7월 6명이 사망한 광명시 소하동 오크팰리스 아파트 화재사고도 천장 내부에 설치된 가연성 아이소핑크 소재 단열재가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존 아파트 외벽을 모두 불연성 소재로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간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도 준공 10년차 안팎 준신축이나 가능할 것"이라며 "분말식 소화기 대신 고성능 가스식 소화시 보급을 지원하고 화재경보기 등 관리를 강화하는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콩과 런던 화재 경우 가연성 외단열재가 문제인데 국내 경우 특히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 등이 외단열재 시공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불연성 소재 자재는 가연성 소재보다 통상 가격이 비싸 비용적인 측면도 고려해볼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