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추천권 일원화 및 은행장 자격요건 '반발'은행 사외이사에 더해 노조까지 비판 목소리 커대구은행장 7개월째 공석…선임 절차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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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지주가 조직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새롭게 마련한 지배구조 제도를 개정했다.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의 거센 저항 속에서도 지배구조 쇄신을 강행해 더 큰 반발이 예상된다.DGB금융지주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달 발표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제도화를 위한 관련 내부규정을 개정했다.DGB금융은 은행 이사회가 반발하는 부분인 CEO 추천권 일원화를 그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단, 은행장 선임에 대해서는 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가 가지되, 은행 이사회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과거에는 은행과 생명을 제외한 자회사에 대해서만 CEO 자격요건을 설정하고 후보군 관리와 후보 추천을 담당했다. 앞으로는 그룹 차원의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 체계화를 위해 지주사에서 CEO 승계 과정을 통할한다.회장과 은행장 후보에 대한 검증도 대폭 강화했다. CEO 임기 만료 최소 6개월~1년 전, 은행장은 최소 3개월~6개월 전에 승계절차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또한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쳐 최종 후보군을 선정한 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종합적인 검증을 통해 최적의 CEO가 선정하도록 했다.다만, 자격요건에 대해서는 이번 규정에서 빠졌다. DGB금융은 향후 자회사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격요건에 대해 결정하기로 했다.앞서 은행 이사회 의장인 김진탁 사외이사는 지주 이사회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지주 의사대로 은행을 감시하게 돼 독립경영이 훼손된다. 이는 지주 중심의 지배력 남용을 우회적으로 달성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이들은 지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안이 조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DGB금융의 모태인 대구은행의 권한을 이관하는 것은 지주사의 힘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있다.DGB금융이 은행장 자격요건을 구체화한 것도 비난의 핵심이다.종전 금융회사 경력 20년 이상에서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으로 강화했다. 여기에 등기임원 경험, 마케팅 및 경영관리 임원 경험, 은행 외 타 금융사 임원 경험 등도 따진다.자격요건이 강화되면 현재 은행 내부에서는 해당하는 임원이 없다.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도 임원 경력 4년 차로 자격 미달이다.이 경력 조건을 충족시키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김태오 지주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는 게 은행 측의 생각이다. 이는 사실상 외부 인사 수혈을 위한 인선 기준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DGB금융은 이번 개정으로 CEO 육성 및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사회의 경영 감시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감독당국의 방향성에도 부합한다는 게 지주 측 입장이다.이렇듯 지주와 은행 이사회의 대립으로 대구은행장 선임은 표류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후 빠른 진행을 예상했던 은행장 선임 절차가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일각에서는 차기 은행장 선출이 자칫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은행장 자리는 지난 3월 박인규 전 회장이 사퇴한 후 7개월째 공석 상태다. 박명흠 직무대행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대행체제로 은행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대구은행 노조의 항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대구은행 노조는 "김태오 회장이 겉으로는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1인 권력 독점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바탕으로 은행장 자리까지 차지해 장기집권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3급 이상 간부급 직원들로 출범한 새 노조도 "지주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추진하면서 세부 내용과 경위를 내부 직원, 이사회와 소통하지 않았다"며 "은행장 추천권을 대다수 직원이 반대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