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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뉴스를 검색하던 김모씨는 울화통이 터졌다. 1년5개월 전 공정위에 신고한 불공정하도급 사건이 이제서야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제재 내용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자신은 20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어 공장 문까지 닫았지만 원청업체에 내려진 조치는 고작 과징금 4억원에 불과했다.
역사(驛舍) 냉난방 설비업체인 성민산업개발을 운영하던 김모씨에게 암운이 드리운 건 지난 2014년 무렵.
대기업인 현대로템이 수주한 우이신설 경전철 기계설비공사에 하도급으로 참여하면서 부터다. 성민산업은 지속적으로 낮은 가격 투찰을 요구한 로템의 등쌀에 못이겨 계약가격 72억원 짜리 공사를 59억원에 수주했다.
원가에 못미치는 턱없이 낮은 금액은 곧장 부담이 됐다. 계약가격에서 13억원이 빠진데다 공사과정 중 투입금액이 늘면서 2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했다.
외형매출 150억 내외의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할 수없는 금액으로 결국 공사도중 자금난에 직면해 2016년 8월 부도가 났고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김 대표는 2016년 9월 하도급분쟁위원회에 대금조정 등 도움을 요청했지만 로템과 조율이 안됐고 2017년 5월 공정위로 사건이 이관됐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공정위 사건 처리는 좀체 진전이 없었다.
숱하게 진행상황을 타진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조사중이다" "사건이 많아 일손이 부족하니 기다려라" 등 이었다.
그렇게 다시 1년 5개월이 흘렀고 공정위는 24일 조치결과를 내놨다.
"로템이 계약 체결과정에서 가장 낮은 금액을 투찰한 2개 사업자에게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할 것을 요청해 목표가격 보다 낮아진 금액으로 하도급을 체결한 것은 불공정 행위로 과징금 4억100만원을 부과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김 대표는 이번 공정위 조사결과에 대해 “버스가 떠난 뒤에 손을 흔드는 격"이라며 "그사이 자금난으로 회사가 문까지 닫았는데 늑장조사에 솜방망이 처벌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억울해 했다
이어 “현재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정위가 조금만 일찍 결정을 내렸다면 회사도 지킬수 있었을 것”이라며 거듭 늑장행태를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