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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완성차들의 실적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요 둔화, 원달러 환율 하락과 신흥국 통화 가치 약세 등의 경영환경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및 품질경쟁력 저하, 리콜 등에 따른 일시적 비용, 정부의 규제와 미흡한 정책적 뒷받침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 가능성도 남아 있어 불안감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데일리경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와 무엇이 문제인지를 짚어보고, 위기 극복을 위한 타개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3분기 참담한 경영 실적을 보이면서, 업계 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들은 더 이상 환율 하락과 같은 대외적 요인을 탓하지 말고 그들 스스로 품질을 높이고 원가를 낮추는 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울러 노동조합은 더 이상 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고, 협력을 통해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협력업체 등 산업 전반이 무너지지 않게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이들이 자생할 수 있는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과 정부, 노조가 긴밀하게 협력해야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기업은 가장 중요한 품질 경쟁력을 갖춰야만 지속 생존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3분기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품질 경쟁력이 없으면 리콜로 인한 막대한 비용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판매 확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실적 발표를 진행하며 올 3분기 품질관리 비용으로 약 7800억원(현대차 5000억, 기아차 2800억)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들 두 업체는 3분기 이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각각 2889억원, 1173억원에 머물렀다.
결국 현대·기아차는 3분기 품질관리 비용을 과하게 지출하면서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품질 경쟁력은 판매 확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JD파워(J.D.Power)가 발표한 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국내 완성차 대표업체인 현대·기아차의 품질 수준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할 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가 현재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등 고객 감성 경쟁력이 글로벌 브랜드에 뒤쳐지며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가 여러 품질 경쟁력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높은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현대차그룹이 기능이나 디자인 등 감성 품질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많이 위축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품질은 올라와 있지만, 여전히 싼 차를 만든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고성능 N 모델을 출시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섰지만, 시장에서 크게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노조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현대·기아차의 원가를 살펴보면 인건비 비중이 15%가 넘는다. 폭스바겐은 9% 정도고 일본 토요타는 7% 수준이다"며 "국내 제조사가 해외 경쟁업체 대비 40% 높은 인건비를 지불하고 있다. 이는 곧 과도한 인프라 비용으로 생산성에 문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가 현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협조하지 않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철 산업연구원도 치열한 경쟁 속에 원가를 낮추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동차를 많이 판매하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싸게 만들고 비싸게 파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이 과다한 인건비가 지출되는 구조에서는 이윤을 남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대승적 협조 차원에서 인건비 지출을 줄여야만 기본적으로 생존이 가능해 보인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품질을 강화하면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10년, 20년 지속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호근 교수는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 위기가 2011년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독일 폭스바겐 등 유럽 브랜드들 연구개발(R&D) 비용의 약 7분의1밖에 투자하지 않은 것이 7~8년 누적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며 "단기적인 단발성 지원보다는 R&D 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미래 먹거리나 시장 개척에 조금 더 투자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에 대한 투자, 여신 상환에 대한 자금 지원 등 단발성 정책 지원가지고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임금 동결이나 삭감 등을 통해 구조적인 부분에 손을 대지 않으면 위기는 장기화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